위기의 ‘굴뚝산업’
위기의 ‘굴뚝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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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의 상징인 굴뚝불꽃이 사그라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식어가는 한국 제조업 엔진은 철강·조선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이다. 제조업 생산 설비는 ‘30% OFF’ 상태로 굴뚝과 비굴뚝 불균형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굴뚝은 다 붕괴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굴뚝산업’은 전통적인 1차 제조산업으로, 공장을 통한 생산제조산업을 의미한다. 철강과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중공업종 제조산업이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으로 상징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정보통신을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지식산업은 주로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린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대기업 중심의 굴뚝산업에서 벤처기업 중심의 첨단지식산업으로 변하고 있다지만 IT산업은 튼튼한 굴뚝산업이 수반되었을 때 의미가 있고 튼튼한 굴뚝산업을 위해서는 IT 기술을 적극 도입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참고로 지난 20년 새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이 정보기술(IT)·서비스 업종 위주로 재편됨과 함께 100대 기업의 명단도 절반이 ‘물갈이’됐다. 1996년의 100대 기업에는 석유화학(13개), 자동차(10개), 건설(9개), 일반제조(8개), 조선·기계(7개) 등 이른바 중후장대·굴뚝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 총 53곳이었다. 100대 기업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0.8%였다. 이들이 제조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세계로 수출했던 무역·상사 업종도 9곳으로, 매출 비중은 25.8%나 됐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산업 구조조정으로 회사가 몰락하거나 다른 기업에 흡수·합병되면서 20년 전 100대 기업 가운데 50곳은 다른 기업에 순위를 내줬다. 2016년 한국 100대 기업에는 첨단기술과 정보통신을 필두로 한 IT 업종과 서비스·금융 등 이른바 ‘비(非)굴뚝’ 산업이 포진했다.

그리고 올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생산설비 10대 중 3대가 놀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66.5%) 이후 8년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이자 수출 코리아를 이끌어온 지렛대다. 철강·석유화학·조선·자동차·섬유 등 제조업이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반면에 서비스업은 자영업자와 일용직이 취업자 수를 늘릴 뿐 고용의 질은 낮다. 문제는 이처럼 굴뚝산업이 식어가면서 ‘제조업 쇠퇴→고용 감소→실업률 증가→소비 위축→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제조업 부활을 위해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유턴법)’을 만들었다. 보조금과 세금감면 등의 혜택을 줘 해외로 떠난 제조업 기업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 직후인 2014년에 22개로 반짝했지만, 올해는 상반기 현재 2개 기업만 유턴해 누적 기업은 40개에 그친다.

산업수도 울산의 현대자동차 등도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의 해외 이전이 현재진행형이다. 이러다간 지역의 고용 감소로 소비 위축 악순환이 우려된다. ‘굴뚝’의 퇴장을 지켜만 볼 것인가? 4년 전 만든 유턴법이 반짝 효과에 그친다면 각종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더 주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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