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의 추석연휴 잘 쉬셨습니까?
열흘의 추석연휴 잘 쉬셨습니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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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잘 지내고 오셨는지? 여름휴가도 기껏해야 1주일인데 이번 추석 연휴는 무려 10일이었다. 서울로 양가 부모님과 가족친지를 만나러 가는 일 외에는 별다른 일정을 잡질 않아 “어떻게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나?” 적잖이 고민되었다. 여유로운 추석 연휴임에도 남모르게 한숨짓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불안정한 시대에 팍팍한 삶이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이들에겐 오히려 서러운 날이다. 하루하루 벌어 사는 일당 근로자나 비정규직들이 너무 많다. 취업하지 못해 귀향을 포기한 청년, 살림이 궁핍한 실직자, 자녀로부터 버림받아 쓸쓸한 노인 등이 모두 그렇다.

10월 1일은 국군의 날이다. 가톨릭 성당에서는 군인주일로서 군종사제와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있는 모든 국군장병들을 위해 특별한 지향을 갖고 미사를 드린다. 요즘 북한의 리틀 로켓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한반도 안보 위기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북한을 지척에 두고, 늦둥이 아들이 군 복무를 하고 있는 부모 된 입장에서 더욱 불안하다. 아내의 오르간 반주에 맞춰 새벽 주일미사를 드리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과거엔 자식 된 자의 당연한 도리였던 효도가 이제는 계약이라는 강제된 규약이 있어야 유지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효도 계약서’ 이야기다. 평생 자녀를 뒷바라지하다가 노후에 남은 것이라고는 집 한 채뿐인 상황에서 이마저도 자식에게 주고나면 100세 시대를 맞아 빈곤한 최후를 보낼 수 있어서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어머니를 찾아뵙고 있는 못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그래도 구순을 맞은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들뜬 마음은 여전하다.

3일은 개천절이다. 올해는 이승엽 선수가 은퇴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로 23년을 뛰어온 이승엽은 라이언 킹, 일본 저격수, 요미우리 4번 타자 등 숱한 별명을 얻었지만 ‘국민타자’가 가장 어울린다. 1980년대가 박철순, 선동열, 최동원 시대였다면 90년대는 이종범, 양준혁 시대였고 90년대 말에 이승엽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50홈런의 시대를 열었고 아시아 홈런 신기록 56개를 세웠다. 2006년 세계야구클래식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가장 극적인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승엽이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으니 행복한 인생이었음에 틀림없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치며 영예로운 은퇴를 한 그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가위를 보내고 돌아와 영화 ‘남한산성’을 보았다. 때는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불행한 시기를 보낸 사람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있었다. 1580년쯤 태어나 1640년을 넘기며 살았던 사람들. 이들은 10대에 임진왜란을, 40대에 정묘호란을, 50대에 병자호란을 겪었다.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추위와 굶주림,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 속에 완전히 포위된 상황, 대신들의 의견 또한 첨예하게 맞선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그 사이에서 인조의 번민은 깊어지고, 청의 무리한 요구와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사드 사태와 매우 흡사하다. 우리를 속국으로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들 수난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고 내부에서 우리끼리 열심히 싸우다가 당한 것이다. 우리가 겪은 수난은 거의 다 중국과 일본에 의해 일어났다. 근래에 그들이 G2, G3 국가가 되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냉혹함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 한반도의 운명이 또다시 우리가 아니라 남에 의해 좌지우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는 안보 불감증에다가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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