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희망가 / 경제야 술술 풀려라! 취업문아 열려라!
취준생의 희망가 / 경제야 술술 풀려라! 취업문아 열려라!
  • 성봉석 기자
  • 승인 2017.09.2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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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에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죄송’” 알바 뛰며 취업준비 ‘삼중고’
▲ 울산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
-“장시간 쉬면 공부 흐름 끊겨 시험준비에 지장”

-2년째 임용고시 준비중인 김정호(32·가명)씨



울산대학교 도서관, 취업준비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지는 해를 뒤로하고 흡연실에서 한껏 머금은 담배연기를 한숨 쉬듯 길게 내뿜고 있었다.

어떤 답답한 사정이 있는지 궁금해져 그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익명을 요구하며 인터뷰에 응한 김정호(32·가명)씨는 사범대를 졸업하고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추석이라고 뭐 별거 있겠냐”며 “추석연휴에도 평소처럼 아침 일찍 도서관을 찾아 저녁 늦게까지 공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기간 준비해야 하는 임용고시의 특성상 추석연휴가 길다고 쉬었다간 공부의 흐름이 끊겨 시험 준비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명절 때 집에 있어봐야 친척들로부터 나이가 많다는 둥, 요즘 교사되기가 힘들다는 둥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자신의 취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깨가 축 처진 채 아무 말 못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김씨는 “장기간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보니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라며 “추석연휴가 길어 나도 남들처럼 여행도 가고 쉬고 싶지만 임용고시에 합격해 부모님과 친척들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할 것”이라며 다시 열람실로 향했다.

유례없이 긴 추석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계속되는 취업 불황으로 울산지역 취업준비생들의 추석연휴는 결코 달갑지 않다.



-“공무원 시험준비+생활비 마련에 추석에도 알바”

-대학교 졸업 앞둔 이석호씨(27·가명)



다른 취업준비생을 만나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 휴게실로 가봤더니 점심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한 남성이 입에 삼각 김밥을 물고 두꺼운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이석호(27·가명)씨는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씨는 “혼자 밥을 먹는 게 저렴하기도 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두 달 전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씨는 방값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말마다 백화점에서 발레파킹(손님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씨는 추석 당일에만 잠시 고향에 다녀올 계획이고 남은 추석연휴 대부분을 아르바이트로 보낼 예정이다. 타지에 계신 부모님은 전화통화에서 명절이니 조금 더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이씨는 공부를 핑계로 이를 거절했다.

이씨는 “자취를 하는데 드는 방값과 생활비, 공부에 필요한 교재와 인터넷 강의료 등 취업 준비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부모님께 말하면 속상해하실 것이 뻔해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취업 비용을 마련하려면 추석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집이 부유한 한 친구는 ‘공부만 해도 힘든데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합격할 수 있겠냐’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했지만 배부른 소리다”라며 “나도 알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 어떻게 부모님께만 손을 벌릴 수 있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씨가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며 사용한 지출내역은 1년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료 69만원, 교재비 30만원, 원룸 월세 37만원, 식비 30만원, 휴대폰요금 5만원으로 강의료와 교재비를 제외하면 한 달 평균 72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러나 이 금액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과 의류, 화장품 등 구매비용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며, 하루 식비가 만원밖에 되지 않기에 생활이 상당히 팍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보니 마음의 여유마저 없어진다”며 한숨을 쉬었다.



-“명절 친척들의 ‘살 빼라’는 조언이 되레 스트레스”

-자격증 준비준인 대학생 허준모(25·가명)씨



일반기계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인 대학생 허준모(25·가명)씨 역시 이번 명절엔 고향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실기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지난 설 명절 친척들로부터 몸이 둔해 보인다며 살을 빼라는 말을 듣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허씨는 지난해 서류면접에 합격해 최종면접을 보러 갔던 회사의 인사담당자로부터 살을 좀 빼야겠다는 말과 함께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비단 살이 쪘다는 이유만으로 탈락한 것은 아닐 테지만 허씨는 취업 준비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까지 더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설 명절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은 아버지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살 좀 빼야겠다는 충고는 걱정스런 의도와는 달리 비수가 돼 허씨의 마음을 후벼 팠다.

허씨는 “살이 쪄서 최종면접에 탈락한 것은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친척들 앞에서 살을 빼라는 말을 들으니 겉으로는 웃었지만 너무 속상했다”며 “나도 살을 빼야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굳이 아픈 부분을 들춰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어 섭섭했다”고 하소연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이 친척들의 잔소리, 아르바이트, 공부계획이 틀어질까봐 등을 이유로 명절에도 고향을 찾지 않거나 당일에만 잠시 다녀올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1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528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조사한 결과 64.8%가 ‘구직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휴에도 구직 활동을 하려는 이유로는 ‘취업이 급해서’(70.5%, 복수응답)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어차피 마음 편히 쉴 수 없어서’(38.3%), ‘놀기에는 추석 연휴가 너무 길어서’(26.3%), ‘쉬는 것이 눈치 보여서’(21.6%), ‘취업 관련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15.5%)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추석 연휴 기간 채용공고 검색(78.9%),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53.5%), 면접 준비(22.8%), 자격증 준비(15.8%)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구직자 1천1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스트레스와 관련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언제 취업할 거니?’(73.6%)가 1위에 올랐으며, 이씨의 경우와 같이 ‘살 좀 빼렴, 얼굴 좋아졌네’(30.9%)가 2위로 나타났다.

이어 ‘아무개는 취업했다더라’(18.8%), ‘사귀는 사람은 있니?’(18.2%),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다’(15.3%) 등이 순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울산은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고 유출인구가 늘어 4분기 실업률 11.7%를 기록해 전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도시로 선정됐다.

이에 울산시는 올해 167억 원을 투입해 △청년의 일할 기회 확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청년인재 양성 및 능력개발 △창업의 성공기반 확대 △청년 활동생태계 및 자립기반 조성 △참여와 소통의 기반마련 등 6개 분야를 설정하고, 총 40개의 세부과제를 실행하고 있다.

특히 울산시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4월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해 지난달 25일부터 조례를 바탕으로 1기 울산 청년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청년 네트워크는 50명의 청년들이 능력개발·권리보호 분과, 주거·생활안정 분과, 문화 활성화 분과, 고용·일자리 분과 등 4개 분과로 나눠 2년의 임기동안 청년 의견을 수렴, 문제 파악 및 조사,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 제안, 정책에 대한 의견제시 등의 활동으로 청년들의 문제 해결에 앞장설 계획이다.

성봉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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