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감사를 표현하는 추석
[목회일기]감사를 표현하는 추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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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이미 고향 하늘을 바라보고 추억이 깃든 고향 길을 거닐고 있는 듯 마음 설레는 한가위 추석명절이 코앞에 다가왔다.

추석의 유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먼 옛날 선조들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날마다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 번 만월(滿月)을 이루는 달은 신비로움과 고마움의 존재였다. 어두운 밤에는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보름달은 인간에게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던 것이다.

보름 중에서도 가장 큰 달인 팔월 보름을 큰 명절로 여겨 달빛 아래서 축제를 벌였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노는 가운데 줄다리기, 씨름, 강강술래와 같은 놀이가 생겨났다.

추석을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한’이란 ‘크다’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란 뜻이다. 한가위는 ‘팔월의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란 뜻이다.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인 ‘가배’에서 나온 말로서 신라 유리왕 때 여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모여서 베를 짜게 하고 한 달 뒤인 팔월 보름에 결과를 봐서 승패를 결정하였다.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으로 잔치를 베풀고 둥근 보름달 아래서 놀이를 하며 즐겁게 지내던 것을 ‘가베’라고 했는데 그것이 ‘가위’로 바뀌어 팔월 보름을 ‘한가위’로 부르게 되었다.

추석명절은 한 해의 농사를 끝내고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때였고, 고대사회의 풍농제에서 기원했던 일종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조상 제사를 정성스레 지내온 우리 선조들은 추석이면 들판에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그는 때이므로 모두들 새 옷으로 갈아입고 햅쌀로 밥을 짓고 송편을 빚어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온가족이 모여 즐기는 명절이 되었다.

구약성경에는 추석명절과 비슷한 ‘수장절(收藏節)’이라는 명절이 있었다. 수장절은 연말에 모든 곡식을 수확하여 창고에 모아들인 후에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절기로, 예물을 드리고 이웃들과 더불어 음식을 나누며 일주일간 축제를 했던 것이 오늘날에 추수감사절로 바뀌게 되었다.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Thanks giving Day)은 전통적인 북아메리카의 명절로 미국은 11월 넷째 목요일이 공휴일로 정해졌고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휴무로 하여 총 4일 동안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한국의 추석과 같이 가족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칠면조 고기를 먹는 것이 전통이 되었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긴다.

영국 국교회를 반대하는 전통적 복음주의자인 개신교 신자들을 ‘청교도’라고 한다.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고 영국의 탄압을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나선 이들 100여명의 신도들은 1620년 9월 16일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을 떠나 신대륙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긴 항해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병약해졌고,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는 겨울이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과 풍토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남은 사람들은 먼저 교회를 지은 다음 거주할 움막을 지어 추위와 굶주림과 싸웠고 토착민인 인디언들한테서 종자를 얻고 농사짓는 법을 배워 수확을 하였다. 봄에 옥수수를 재배하여 가을에 풍성한 추수를 하게 된 것을 하나님과 원주민들에게 감사하며 기쁨을 나누기 위해 1621년에는 3일 동안 추수를 감사하는 축제를 벌였다. 청교도들은 자신들에게 농사를 가르쳐주어 굶어죽지 않도록 배려한 인디언들을 초대하고 추수한 곡식과 과일과 야생 칠면조와 사슴을 잡아다가 요리를 해서 함께 나누며 축제를 했는데, 이것이 미국 추수감사절의 시작이 되었다.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추수감사절을 공식 국경일로 선포해서 미국의 고유한 풍습으로 정착되었고, 1941년에 다시 법령이 바뀌어 11월 4번째 목요일로 정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도 한 해 동안 지켜 주시고 풍성한 결실을 주시고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추수감사절을 지키고 있다.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든 추수감사절이든 풍성한 추수와 건강하게 잘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맞이하는 것, 그리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누며 즐거워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도 이기적인 경향이 강해 이웃과 함께하거나 나누는 데 인색하다. 우리나라는 복지제도도 잘 돼있고 모든 것이 풍성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마음보다는 불평불만이 넘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각자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불평하며 세월 가면 불행한 세월 가고 감사하며 세월 가면 행복한 세월 간다. 이번 추석에는 고속도로비도 면제해 준다니 얼마나 감사한가. 추석을 맞으면서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며 풍성한 결실을 주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과 우리의 이웃들에게 감사를 표현하며 정을 나누는 풍성한 추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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