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할 이유
현대차에 관심과 성원을 보내야 할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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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23년간 GM의 CEO를 맡았던 슬로언의 말로 한때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다. 반박의 여지도 있고, 오만방자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1929년 당시 1위였던 포드를 제치고 2008년까지 무려 79년간 선두자리를 지킨 기업의 수장으로서는 할 수도 있는 말이다. 어쨌든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임엔 틀림없다. ‘산업수도’로 불리는 우리 울산에서 볼 땐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지난 2013년 미국 디트로이트시(市)는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규모는 180억 달러로 당시 환율로 약 21조6천억원이다. 디트로이트가 어떤 곳인가. 소위 ‘빅-3’로 불리던 GM(제너럴 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3사가 집결돼 있던 곳이다. 자기 회사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고 기염을 토하던 GM이 2009년 9월 파산신청을 했을 정도면 더 이상 다른 설명 필요 없다.

부자 나라의 산업도시가 신호등이 고장 나고 길거리에 나뒹굴어도 방치를 했다면 누가 믿을까. 건물 곳곳에 낙서가 난무하고, 대낮부터 술에 취한 젊은이가 이곳저곳을 방황하고, 1달러에 임대를 하겠다는 건물이 한둘이 아니고…. 당시 디트로이트를 찾았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유령의 도시 같았다.”, “도시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더라”고 했다. 기업과 지역경제, 나아가 지역민과의 삶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을 비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렇다면 ‘한국의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우리 울산은 어떤가. 동종사 세계 1위였던 현대중공업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가. 현재도 진행 중인 이 같은 고통이 더 이상 재현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울산의 3대 축(軸) 가운데 가장 믿었던 현대차도 심히 우려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기업에겐 저승사자 같은 ‘판매 반 토막’이 중국에서 실제로 나타났다. 한국의 대표기업이란 이유만으로 국가 간 문제로 꼼짝없이 억울하게 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으로서는 달리 저항할 뾰족한 방법도 없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시장 역시 일본차의 약진과는 정반대로 20% 이상 판매가 급감해 앨라배마 현지공장이 임시휴무까지 했으나 특별히 나아질 조짐은 없어 보인다. 국내시장 점유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40%를 오르내리며 수입차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 6월 소형SUV ‘코나’에 이어 최근에는 스포츠세단 ‘G70’을 구원투수로 내세우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다짐하지만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기존 노조집행부 임기종료로 중단된 교섭을 다시 하려면 적어도 한 달 이상은 더 기다려야 할 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없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수조원의 적자가 누적되자 철수설까지 나돌았던 한국GM이 노사 교섭 자체도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인천시가 보여준 행보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최근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 창립총회를 갖고 인천시가 자동차 판촉에 나선 것은 우리 울산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정 기업이라는 인식을 떠나 울산의 캐쉬카우(Cash Cow)를 키우자는 각오로 접근하면 여러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해당 기업 노사도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우리 울산도 현대차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야 한다. 상생의 지혜와 노력이 절박한 상황이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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