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수원 이전지 확정…사후과제는?
교육연수원 이전지 확정…사후과제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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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대왕암공원 요지에 자리잡은 울산교육연수원의 이전적지(移轉適地)가 마침내 윤곽을 드러냈다. 류혜숙 울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은 27일 교육연수원 이전적지가 북구 옛 강동중학교 자리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구주민들의 성난 민심이 쉬 사그라지지 않은 탓이다. 시교육청은 동구주민들의 이 같은 심적 공허감을 어떻게 달래줄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연수원 이전 문제의 매듭은 그야말로 ‘유여곡절 끝에’ 풀렸다. 지난 2006년 동구가 교육연수원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며 시교육청에 이전을 요구한 지 11년 만에 해답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시교육청은 교육연수원 이전적지를 결정하기 위해 교육가족 전체의 의향을 물었고, 이를 근거로 강동중학교 자리를 최종 낙점했다. 이 과정에서 시교육청이 정치적 입김을 일체 배제하고 교육가족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사실 동구주민들이 지금도 억하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함부로 내뿜은 ‘정치적 입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를 앞두고, 표(票)를 의식한 나머지, 사탕발림 공약을 내밀었다는 얘기다. 특히 몇 차례의 교육감선거에서 실제수혜자가 누구였는지 알면 곧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동구주민들의 희망사항 못지않게 교육가족들의 총의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허탈감·상실감이야 너무도 크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고 싶다. 돌아온 것이 패배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동구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대왕암공원의 ‘노른자위 땅’을 영원히 차지할 수 있게 됐다. 동구청도 진입로 개설에 따른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기에 이제는 ‘동구 밖 민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이 값진 땅을 후세 교육을 위해 흔쾌히 희사한 고(故) 이종산 선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지켜야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과제 중에는 앙금을 푸는 일도 남아있다. 화해의 제스처는 시교육청이 먼저 내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류혜숙 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날 “수년간 노력해 왔지만 원만히 해결되지 못해 너무나 송구스럽고 무거운 마음”이라며 18만 동구 주민들에게 정중한 사과의 말을 올렸다. 그러나 사과 몇 마디로 풀릴 앙금이 아니다. 내친김에 시교육청은 동구주민들의 허탈감·상실감·패배감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선물보따리를 챙겼으면 한다. 동구청도, 시교육청과 머리를 맞대고, 교육연수원 자리에 남아있는 이종산 선생의 기림비를 제대로 보존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특단의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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