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자율주행자동차,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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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에 과학기술과 관련하여 많이 나오는 단어들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미세먼지,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3D프린팅 등이다. 점점 우리 곁으로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산업구조와 생활 기반을 송두리째 변화시킬지 모른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우려 섞인 기대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총칼 없는 전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수도인 울산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어떤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필자는 울산대로 옮기기 전에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디젤자동차의 분진필터에 관해 연구했다. 그래서 요즘 핫 이슈로 등장한 ‘중국발 미세먼지’나 ‘화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과거 연구경험으로부터 융합 개념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에 대하여 멋진 공상과학 소설을 쓰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체인 자율주행자동차에 관해서는 어슴푸레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눈을 감고 자율주행자동차를 구매하러 미래세계로 가보려 한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우리의 미래 삶을 어떻게 바꿔버릴 것인지 궁금하다.

세계 각국의 새로운 모델이 매년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다면, 자동차 전시장에 가서 외관을 살피고 시승해 보는 것이 낯설지 않게 된 지 오래다. VR기술이 널리 퍼져 집에서도 인터넷이나 홈쇼핑으로 차량의 디자인과 내부를 파악할 수 있고, 집에서 차량 계약금을 지불하고 원하는 날짜에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인 까닭에 차량 배송 직원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면허를 따기 위해 운전학원에 다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급발진이나 급정거에 따른 연비 문제 제기와 제동 부품의 교체에 따른 실랑이도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자율주행자동차의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보험회사들을 거의 도산시켜 버렸다. 자동차 사고가 줄어든 데다, 사물인터넷(IoT)에 접속하여 정기점검을 받는 자율주행차들은 카센터나 정비공장에 갈 일이 줄어들었다. 자율주행차는 미리 입력한 목적지에만 관심을 두고 주행하고, 실내에서는 탑승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도심의 심각한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체증은 사라졌으나, 새벽같이 일어나던 교외 통근자의 모습도 가끔 눈에 띈다. 이제는 도심의 주거비용이 높을 이유가 없어지게 되었다.

가구당 여러 대의 자동차가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자율주행자동차는 그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운전자 없이 덩그러니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가 점차 사라지면서 주차장 사업도 거의 폐업 수준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국내 자동차 메이커의 판매량도 급감했다. 가족 단위의 장거리 여행을 위한 캠핑카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렌터카 업체나 차량호출 업체에서만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관련 일자리도 예상보다 많이 줄었다. 그뿐만 아니라 택시, 버스, 대리운전, 택배 기사 및 음식배달원, 이런 직업은 인터넷에서만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안타까운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 외장을 담당하던 강판이 플라스틱 소재로 바뀌어, 제철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배터리 업계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초행길에 바가지를 썼던 일, 교통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던 일, 운전하다가 눈에 띄던 식당에서 군것질을 하던 일, 미국 국토 횡단여행으로 친구들끼리 번갈아 가며 쪽잠을 자면서 운전하던 일, 그 모든 것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르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불과 20년 후에는 널리 쓰이게 될 것이라 한다. 이렇게 바뀔 세상에 어떤 대처를 해나갈 것인지 질문을 던져본다. 이제부터 우리는 ‘SMART’ 할 때가 되었다. 오늘도 그 사람이 생각난다. “Think Different!”를 외치면서 우리 삶에 ‘SMART’라는 단어를 던져준 사람.

공영민 울산대학교 첨단소재공학부 교수, 공과대학 기획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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