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과 월지’서 신라왕실 수세식 화장실 유적 발견
‘동궁과 월지’서 신라왕실 수세식 화장실 유적 발견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7.09.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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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고대 화강암 변기·배수시설 첫 확인
▲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된 8세기 통일신라시대 수세식화장실 유적.

통일신라시대 신라 왕실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유적이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북동쪽 지역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초석 건물지 안에 있는 석조 변기와 배수시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중에 화장실 건물과 변기, 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강암을 가공해 만든 석조 변기는 기울어진 암거(暗渠·물을 빼낼 수 있도록 밑으로 낸 도랑)가 있는 타원형 변기 좌우에 발을 디딜 수 있는 널찍한 직사각형 판석이 놓여 있는 구조다.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보면 오물이 암거를 통해 배출되는 형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갖춰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변기에 흘려 오물을 씻어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급 석재인 화강암이 쓰였고, 변기 하부와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전돌을 깐 것을 보면 신라왕실에서 사용한 고급 화장실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경주 불국사와 익산 왕궁리 등지에서 고대 화장실 유적이 출토됐다. 익산 왕궁리에서는 7세기 배수저류식 화장실 유적과 뒤처리용 나무 막대기가 나왔으나, 석조 변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경주 불국사에서는 8세기에 제작된 변기형 석조물이 출토된 바 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화장실 유적 외에도 남북 길이 21.1m, 동서 길이 9.8m로 추정되는 대형 가구식(架構式) 기단 건물지가 확인됐다. 가구식 기단은 석재를 목조가구처럼 짜 맞춘 기단을 말한다.

이 건물지는 통일신라시대 왕경 도로와 맞닿아 있고, 건물지 규모에 비해 넓은 계단시설이 있어 그간 경주 동궁에서 나오지 않았던 출입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동궁 창고시설과 우물이 확인됐다. 다양한 생활유물 등도 출토돼 신라 왕궁의 일상생활에 대한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장설명회를 열고 관계 분야 전문가와 일반 시민에게 발굴성과를 보고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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