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개천절’을 바로 알자!
[박정학 칼럼] ‘개천절’을 바로 알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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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개천절이다. 개천절은 신인(神人)과 동물(곰)과 사람(단군왕검)을 혈육으로 연결시킨 단군사화와 관련되는 말이다. 이는 ‘우리’라는 말이 출발하는 ‘우주적 어울림’ 생각 틀의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 주인공과 의미, 날짜가 변질되어 있어 만주지역 국가 유물의 소유권을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개천(開天)은 한자 뜻 그대로 ‘하늘이 열리다’, 또는 ‘개국천하(開國天下)의 준말’이라고 하여 ‘신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나라를 세우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알려져 있다.

정부 측에서는 ‘개천절은 우리나라 건국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로 서기전 2333년, 단국기원 원년 음력 10월 3일에 국조 단군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된 날’이라 하여 단군과 연결시키고 있다. 교과서에서도 ‘단군이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우리 겨레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가르치니 국민들도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삼국유사』에서는 고기(古記)를 인용하여 ‘환인으로부터 천부인 세 개를 받은 환웅이 하늘을 열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신시라는 나라를 세우고, 곰이 변한 웅녀(곰족의 여인)와 혼인하여 단군왕검을 낳았으며, 그가 평양에 도읍하여 나라를 조선이라 부른 후 오랫동안 임금을 하였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환단고기』 『단군세기』에도 ‘(환웅의) 개천 1565년 상월 3일 왕검이 오가의 우두머리로서 단목의 터에 자리 잡아 건방(建邦)하고 이름을 조선이라고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제왕운기』 『응제시주』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개천’을 한 사람은 환웅이고, ‘홍익인간’ 이념은 환인이 환인에게 준 이념이라고 대동소이하게 기술하고 있다.

반면, 대종교 2대 교주인 김교헌의 『신단실기』와 『신단민사』에서는 ‘신인이 갑자년 음력 10월 3일에 천부인을 받아 무리 3천을 이끌고 하늘에서 강림하였으며, 개천 125년 무진 10월 3일 국인들이 신인을 추대하여 임금이 되었으니 단군이다’고 하여 단군이 ‘10월 3일 개천 및 건국’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종교에서는 단군이 개천한 개천일은 음력 10월 3일, 고조선 건국기념일은 양력 10월 3일에 경하식을 하고. 임시정부 시절과 광복 후 정부 수립에 대종교가 큰 역할을 했으므로 정부 측의 개천절 설명과 교과서는 바로 이 대종교 측 주장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날짜 문제다. 앞에서 본 대종교 쪽 기록으로는 단군의 개천 및 고조선 건국일, 「단군세기」는 고조선 건국일을 모두 음력 10월 3일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하여 영고(迎鼓), 무천(舞天), 동맹(東盟), 팔관회(八關會) 등 고대부터 음력 10월 3일에 개천을 기념하는 제천행사를 했다고 하며, 임시정부로부터 1948년 정부 수립 후까지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기념했다. 그러다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로 양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정한 후 지금까지 이날 기념식을 하고 있다. ‘세계 보편적으로 양력을 사용하고, 음력 10월 3일을 양력으로 환산하기 어려우며, 음·양력보다 10월 3일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고 알려져 있다. 국경일을 이런 하찮은 이유로 개천과 무관한 날로 정하는 것은 생일과 무관한 날에 생일잔치를 하는 우스운 꼴이다.

더구나 환국, 환웅 시대부터 ‘만주와 한반도’에서 활동해 왔다고 하면서 개천절을 단군과 연결시킨다면 서기전 2333년 이전 만주 지역의 국가시대 유물은 우리 민족의 유물이 아닌 것이 되므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개천의 정확한 의미와 그 주인공, 민족정신이라 할 수 있는 홍익인간 이념과의 관계, 날짜 등에 대한 근거를 찾고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우리 상고사와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개천절’의 정립이 시급하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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