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나에겐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2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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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늘 얘기한다. “젊을 때 실컷 고생해야 늙어서 고생 안 한다”고. 어쩌면 그래서 젊은 20, 30대들이 걷다가도 뛰고 더 날기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때부터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고,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어릴 적보다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성장한다. 또 대학생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경쟁에 지쳐 힘들어 걷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면서 다시 또 달리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난 잠시 멈춰 섰다. 우리나라의 지극히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평탄하게 성장한 너무나도 평범한 학생으로서, 작년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전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왔다. 친구들은 “너무 바쁘게 사는 것 아니냐?”고 말할 만큼 ‘여유’라는 단어는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그 새로운 경험은 2016년 8월부터 서서히 내 마음 속에 스며들더니 나를 잠시 멈추게 만들었다. 이렇게 멈춰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 “허파에 바람이 들었어.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획일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여유 없이 살던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며 같이 살아온 친구들은 멈춰 서 있는 나를 보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호주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낯선 환경에 적응도 해야 했고, 우리나라의 약 3배에 달하는 물가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다. 또한 먼 외국 땅에 왔으니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친구들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 가지 갑자기 닥쳐온 상황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혼자 스스로 이 일들을 감당하기엔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계속해서 쌓여 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정말 모든 게 ‘멘붕’ 상태였다.

그러다가 친구 추천으로 혼자 여행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한국, 동남아시아, 유럽의 각국을 여행해 보았지만 혼행은 처음이었기에 너무나도 무서웠다. 언제 어디서 누가 나를 괴롭히진 않을지에 대해 생각하며 주변의 풍경을 감상하기보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다. 분명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오히려 더 불안해진 거다. 하지만 친구들과 의견을 조율해 가면서 여행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그저 머무르고 싶은 곳에선 더 머무를 수도 있고, 한 번 더 가고 싶은 곳은 한 번 더 갈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게 여러 번의 혼행을 반복하다보니,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하나씩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연녹색의 들판 앞에 마주하고 있는 바닷가 창고에서 아빠와 함께 보트를 꺼내와 타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또 들판에서 형제가 직접 자전거를 고치더니 달아나며 장난치는 모습 등 여기저기서 행복한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모습이라는 생각에 우울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나의 어릴 적 시절을 회상하며 스스로에게 더욱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난 열심히 달려왔는데,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해 두해 지나가면서 ‘무언가를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의 내면은 깊게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나이는 스물셋이 되었는데 과연 내 마음도 스물셋이 되었는지, 사회로 나갈 준비가 되었는지 수십 번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니 지금도 여전히 되묻고 있다. 누군가는 벌써 확실한 꿈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을 것이고 그들을 보며 가끔 부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하면서 느꼈던 여유로움, 그들을 통해 보았던 행복한 모습과 훌륭한 마인드를 통해 잠시 멈춰 자아성찰을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수영, 다독, 여행 등을 통해 나중에 뛰어가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려고 한다. 혹시 “나만 뒤처지고 있어”라는 생각에 우울함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나중의 도약을 위해 뒤쳐진다고 생각하기보단, 잠시 멈춰서 자기 자신을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떠신지….

박소희 울산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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