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주는 마법 같은 영감 사라져”
“산이 주는 마법 같은 영감 사라져”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7.09.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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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산악문화상 첫 수상자 ‘릭 리지웨이’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소신 밝혀
▲ 지난 22일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산악문화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2017 울주세계산악문화상 수상자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가 기자회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개막한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세계산악문화상을 수상한 릭 리지웨이(사진)가 기자회견에서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리지웨이는 지난 22일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프레스센터에서 영화제 측이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산악문화와 환경보존에 대한 평소의 소신과 철학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까지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다는 기자의 질문에 “케이블카는 환경파괴를 초래한다”며 “그런 결과는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고 명료하게 밝혔다.

그는 또 “등산객의 수를 적당한 선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산은 파괴되기 때문에 케이블카 설치는 피하고 사람이 두 발로 직접 걸어서 오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와 케이블카로 산에 오르고 또 그곳의 전망대에서 커피를 한잔 마신 다음 같은 방법으로 하산해 귀가한다면 산이 주는 마법 같은 영감은 얻을 수 없다”며 “그러한 계획 추진은 적어도 자연의 마법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인간의 모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복합웰컴센터에서 간월재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울주군이 제정한 세계산악문화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이 사업에 대한 반대 견해를 명확히 밝혀 사업추진 주체인 울산시와 울주군의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울주세계산악문화상 선정위원회(위원장 김영도)는 리지웨이가 올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주제인 ‘자연과의 공존’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힌 바 있다.

리지웨이는 ‘죽음의 산’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K2를 1978년 미국인 최초로 무산소 등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85년 세계 최초 7대륙 최고봉 원정대와 함께 오른 뒤 ‘세븐 서밋’(한글판 ‘불가능한 꿈은 없다’를 출간해 7대륙 최고봉을 처음 알렸다. 그는 알피니스트이면서 환경보존운동을 벌여 ‘지구의 아들’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리지웨이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K2 등정때 그곳에서 가져온 돌을 울주군에 선물로 증정했다. 그는 “그때 가져운 돌들을 이웃들에게 모두 선물하고 딱 두 개가 남아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를 가져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신장열 울주군수는 리지웨이에게 영남알프스의 비경을 찍은 사진을 선물했다. 박재동 추진위원장은 리지웨이의 캐리커쳐를 선물했다.

리지웨이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대해서는 “북미 최대의 산악영화제인 텔룰라이드산악영화제와 밴프국제산악영화제에도 가봤는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참여한 관객들의 열정과 영화제 사무국의 조직력, 상영되는 프로그램의 수준으로 봐선 그 영화제들과 이미 비등한 수준에 올라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질의응답이 끝난 직후 손 프린팅 행사에도 참여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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