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철거 앞둔 방어동 남방파제 포장마차 가보니
울산, 철거 앞둔 방어동 남방파제 포장마차 가보니
  • 성봉석 기자
  • 승인 2017.09.2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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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도 못구하고 이제 우짜노?
”46년간 포장마차 김순자 할머니 ‘생계막막
전국 입소문에 한때 호황 이젠 철거만 남아
▲ 울산 동구 방어동 남방파제 인근 포장마차촌 전경.

“이제 우째야 하노? 가게도 못 구하고 큰일이다”

20일 오전 동구 방어동 포장마차 촌에서 만난 김순자(76·가명) 할머니는 가게에 있던 냉장고가 트럭에 실리는 것을 보며 힘없이 말했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와 서른 살부터 해녀 일을 시작해 46년간 자리를 지켰던 김 할머니지만 결국 지난 10일을 끝으로 포장마차 문을 닫아야 했다. 수년간 좌판을 깔고 해물을 팔던 김 할머니는 3년 전 4천800만원을 빌려 포장마차를 지었다. 바닷가를 마주해 분위기가 좋다 보니 포장마차 촌은 금방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몰렸다. 처음엔 금방 돈방석에 앉을 줄 알았지만 늦은 시간 손님들의 소음,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주차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면서 불법건축물이었던 포장마차촌은 결국 구청에 의해 철거하게 됐다.

하지만 수십 년을 이어온 이곳 남방파제 포장마차촌은 동구의 명소로 이제 자리를 잡은 상황이어서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방파제 바로 옆에 포장마차가 위치해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술과 해산물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이곳 포장마차촌은 그 명성이 알려지면서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 때 공중파 방송을 타기도 했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경기가 잔뜩 위축된 동구로서도 경기회복의 한 아이콘이 될 수 있어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적잖다.

김 할머니는 “아플 땐 일을 좀 쉬다가 또 나으면 다시 하고 그랬제”라며 지난 시간을 잠시 회고했다. 또 “내가 법이나 뭐 알겠어? 1~2년 더 장사하면 돈을 다 갚을 수 있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철거될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구청에서 철거통보를 받은 김 할머니는 가게를 구하기 위해 꽃바위와 일산지 일대를 둘러봤지만 비싼 보증금과 월세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동구 방어동에 사는 한 주민은 “집이 포장마차촌 근처가 아니라서 피해를 입은 적은 없지만 평소 자주 가던 곳이 없어진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동구청 관계자는 “철거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은 없었으며, 서로 합의 하에 영업을 종료했다”며 “불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따로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성봉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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