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사태, 환자 시각에서 풀자
대학병원사태, 환자 시각에서 풀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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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의료기관의 맏형 격인 울산대학교병원(이하 ‘대학병원’) 노조의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환자와 가족들이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유 여하 간에 환자를 볼모로 삼아 벌이는 대학병원 노사의 강경대치는 모양새부터가 곱지 않다. 승객을 볼모삼아 벌이는 버스업계의 파업 모양새와 무엇이 다른가?

대학병원 노사의 강경대치는 ‘의료윤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는 △악행 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자율성 존중의 원칙 △정의의 원칙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악행 금지의 원칙>은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에게 해를 끼쳐선 안 된다는, 노사 양측에 던지는 준엄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원칙들도 ‘환자’를 ‘최상위 개념’에 둔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선행의 원칙>은 다른 사람에게 이득이 되게 할 것,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차제에 대학병원 노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이팅게일 선서’와도 맥을 같이하는 ‘의료윤리 원칙’에 충실하려고 얼마나 노력해 왔고 또 노력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울러 “병상가동률이 45% 수준으로 개원 이래 최저치”, “의료공백·환자불편 가시화”라는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곱씹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병원 측은 간호 인력이 부족해 입원 중인 경증 환자는 퇴원 조치하고, 중증 환자는 환자 안전을 위해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입원 환자도 받지 않고 있다. 암을 비롯한 중증 환자의 예정된 수술도 취소되거나 입원이 연기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 혹여 대학병원과 거리가 먼 얘기는 아닌지 곰곰이 돌이켜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병원 노조의 결단 배경을 모르는 바 아니다. 노조는 △기본급 11% 인상 △간호사 충원과 업무 개선 △생명안전업무직 전원 정규직화 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병원은 지급 여력과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맞서 왔다. 어느 하나 설득력을 갖지 않은 주장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양쪽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또한 “나의 의술을 환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데 결코 사용하지 않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정신과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정신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병원은 환자를 최고의 가치에 둘 때라야만 비로소 존재가치가 빛나기 때문이다.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대학병원 노사가 이번 사태를 ‘환자의 시각에서’ 풀어 나가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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