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물문제와 수리권,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
울산의 물문제와 수리권, 그리고 반구대 암각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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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 떨어진 빗물은 내 물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 땅에 떨어졌다고 내 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자원으로서의 물은 국가 소유이다. 따라서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람 혹은 기관이 사용권을 가지며, 이것을 ‘수리권(水利權)’이라고 한다.

울산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과 대곡댐은 수자원공사가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 건설하였기 때문에, 수자원공사가 댐의 물을 사용하고 판매할 권리인 댐 사용권을 가지고 있다. 울산시는 수자원공사와 사연댐과 대곡댐의 물을 사용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하여 ‘계약수리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연댐과 대곡댐의 물은 울산시민을 위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지만, ‘울산시 맑은 물 공급 사업’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밀양 운문댐의 물은 현재로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울산시가 운문댐에 대한 수리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며, 기득수리권을 가진 대구시가 운문댐에 대한 수리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울산시가 신규로 수리권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리스크 2017’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글로벌 리스크로 기상이변 등을 꼽았고, 리스크들 간에 상호연관성이 큰 리스크로 ‘기후변화 대응 실패와 물 부족’ 등을 꼽았다.

지금 이러한 문제가 울산에서 그대로 발생하고 있다. 국보 제285호인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을 막기 위한 조처로 사연댐 수위를 낮춰 유지해 오던 것이 발단이 되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마른장마 등에 의해 울산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였고, 사연댐 취수 중단이라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올해 한 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발생할 가능성이 큰 재난일 것이라는 점이다. 실타래처럼 꼬여 있는 울산시 맑은 물 공급 사업 문제와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해 울산지역에 가뭄이 올해보다 더 심각하게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 근거는 울산지역의 미래 기후변화 전망(RCP8.5)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기상청의 울산지역 기후변화 전망에 따르면, 연평균 강수량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물 부족에 영향을 주는 겨울철 강수량은 줄어드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매년 예상되는 강우량의 편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 극심한 가뭄의 발생빈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시가 처한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다. 지금도 물 부족 문제에 당면해 있고 앞으로도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울산시가 수리권을 가진 한 방울의 물이라도 더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그것이 맑은 물이라면 더욱더 지켜야할 가치가 높은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과 관련된 것이며, 이 문제는 울산시와 문화재청 간의 10여년을 끌어온 해묵은 논쟁이다. 최근 울산시는 이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였다. 지자체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한계가 있으니 범정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이제 공은 정부에 넘겼지만, 울산시가 명심하고 잊지 말아야할 사항이 있다. 포기한, 혹은 잃어버린 수리권은 다시 찾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윤영배 울산발전연구원 전략기획실

미래전략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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