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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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우연한 기회에 석유화학공단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정유회사에서 일하던 삼촌이 “석유화학공장에서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봤고, 휴학생 신분으로 돈이 궁하던 차에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디까지나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지만 처음 경험하는 회사생활이 재미있어 계약직으로 계속 여러 회사를 경험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그 순간은 힘들지만 이내 찾아오는 결과를 보곤 뿌듯한 보람을 느꼈고 그 성취감이 회사생활에 만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도 재미있었고 사람 대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일이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매사를 마주하는가 하면, 철저한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항상 남의 탓만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 주변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사람과 남에게 일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좋은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책임감을 배우고,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면서 스스로를 연마해 갔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며 살아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배움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는 지워지질 않았다.

먼저 전공이 없다보니 혹여 인생에서 풍파를 만나면 어떻게 헤쳐 나갈지 적잖이 걱정되었다. 학업을 중단한 일이 못내 아쉽게 다가왔다.

게다가 하청업체 직원으로서 서러운 일을 몇 번 겪으면서 “다시 학교를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졌다.

등록금을 감당할 만큼 저축도 해놨고, 어느덧 나이도 2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도전의 기회는 지금뿐이라 느꼈다. 그리하여 울산과학대학교 환경화학공업과(이하 울과대 화공과)에 지원했다.

전국의 수많은 학교 중에서 울과대 화공과에 지원한 이유는 간단했다. 석유화학공단에 취업하려면 화공과를 나오는 게 좋다고 많은 사람이 조언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과대 화공과를 졸업하면 울산 석유화학공단에 취업할 기회가 많다는 정보도 접하면서 다른 선택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경쟁률과 커트라인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 무사히 입학할 수 있었다.

고대하던 울과대 화공과에 입학은 했지만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 반에, ‘배움에도 때가 있다’는데 남들보다 늦은 편이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 반이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때 문과 계열이었고 화학은 거의 문외한 수준이어서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고교 수준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데 과연 심화과정이라 할 수 있는 대학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이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스스로 노력하면 전공과 크게 연관된 지식이 없어도 강의내용을 쫓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공부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강의를 따라갈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었다.

이론으로 배우는 내용을 직접 실험하면서 원리를 이해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학교에서 새롭게 알아가는 인연도 학교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이 차이가 나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줘서 많은 고마움을 느낀다. 공부가 힘들 때면 함께 바람도 쐬고 가끔 술도 한 잔 하면서 공부 스트레스도 날리고 있다.

요즘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한층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앞으로도 자기계발에 더욱 매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직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판단해 봐도 갈 길이 멀다.

이른바 스펙이라고 할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경험을 남들보다 일찍 한 터라 좋은 회사에 입사하고픈 간절한 마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간절함만으로 자신을 빛낼 수는 없다. 간절함에 맞는 실력을 갖춰야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 힘들어도 노력해보려 한다.

또한 취업목표도 중요하지만, 모든 목표는 자기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잘 살아가기 위한 일련의 과정일 뿐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목표에만 매몰되어 매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 지식을 쌓는 데 흥미를 붙여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사귀면서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고 싶다. 더 나아질 내일의 모습을 상상하며….

<한양현 울산과학대학교 환경화학공업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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