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TP 통신] 소수성(疏水性)과 친수성(親水性)
[울산TP 통신] 소수성(疏水性)과 친수성(親水性)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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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연분홍과 흰색의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연못의 연잎에 개구리가 폴짝 뛰어 올라가면서 떨어뜨린 물방울은 흡수되거나 연잎을 적시지 못하고 연잎 위를 굴러다니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보통 식물의 잎들은 물이 쉽게 잘 적셔지거나 잘 퍼지지만 연잎이나 몇 가지 식물의 잎은 표면에 나노 크기의 돌기가 발달되어 있어 오히려 물과의 표면장력을 약하게 하여 밀어내기 때문에 마치 은쟁반의 구슬처럼 물방울의 형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연잎에서 이런 특이한 자연현상이 일어난다고 하여 ‘로터스 이펙트(Lotus effect)’라 한다. 물과 친하여 잘 번지거나 퍼지는 성질과 차이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물과 친해서 물과 잘 섞이는 것을 친수성(親水性)이라 하고 그 반대를 소수성(疏水性)이라 한다.

우리는 흔히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이기에 큰 바다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여 그렇지 못한 물질을 분리하고 편을 갈라 왔다. 그래서 기름은 물과 섞이지 않기에 서로 상극(相剋)인 관계를 ‘물과 기름’이라고 표현해 왔다. 원래 물리화학적으로 볼 때 물은 극성(極性) 물질이다. 극성 물질이란 한 물질 안에 양극과 음극의 분포가 따로 구분되는 물질을 말한다. 물을 분자 구조로 보면, 양전하와 음전하가 산소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수소가 결합되어 있어서 산소가 음전하 분포를 띠고 양쪽의 수소가 양전하를 띠고 있다. 또한 일직선이 아니고 약간 굽어져서 결합각을 이루고 있다. 기름 종류는 오히려 비극성(非極性)이며 양전하와 음전하의 분포가 구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학적으로 보면 물이 양극과 음극으로 편을 가르고 있고 오히려 기름이 무편무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여름 뙤약볕의 오염된 물에서도 고고하게 핀 연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지구의 곳곳에서 이상기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반대편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작년 이맘때 울산에서 기록적인 폭우와 피해로 인해 원치 않은 검색어 상위에 올라가는 바람에 원근(遠近)에서 지인의 걱정 어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물은 고체인 얼음으로 있을 때는 투명하지만 형태를 알 수 있고, 액체인 물로 존재할 때는 담는 용기에 따라 형체가 달라진다. 그러나 수증기처럼 기화되었을 때는 무색, 무취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태의 기체라 부른다. 물은 지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가치 없이 흔한 물질로 불리어지기도 했다. 마치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공기가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너무 많아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아니 평가할 수 없는 소중한 물질이라는 역설이 맞을 것 같다.

이런 물이 세상에 편만해져서 모든 물질과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물과 어울리지 않는 물질도 있다. 물은 대표적인 극성 물질로, 세상의 모든 물질이 친수성뿐이었다면 물은 우리가 마실 수 없는 독극물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기름도 물에 잘 섞였다면 석유냄새를 지울 수 없는 오염수가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세상에는 극성 물질과 비극성 물질이 혼용될 수는 없지만 적절히 분포되어 있다.

우리의 몸은 내과적으로 물과 잘 어울리는 친수성으로 볼 수 있다. 혈액의 순환과 호흡기 계통이 물과 친해야만 영양과 이온성 물질의 공급이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극성인 신체를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피부와 에너지를 저장하는 지방은 소수성을 나타낸다. 우리 몸에서 때는 대표적인 기름 찌꺼기와 피부의 각질로 구성되어 있어 극성인 물에서도 잘 견디어 낸다. 물론 물속에서 기름을 잘 지워내기 위해 비누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이 비누가 극성과 비극성 모두에서 가교 역할을 잘하여 때를 물속으로 끌어들여 세척력을 높이는 것이다.

세상은 이렇듯 극성과 비극성 물질이 존재하지만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다를 뿐 불필요한 것은 없다. 음용수에 석유가 오염되면 안 되지만 반대로 기름에 물이 섞여서도 안 된다. 사람 사는 사회에도 한쪽만 있어서는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방향타가 없는 배는 좌우의 노를 균형 있게 잘 저어 주어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속도를 내어 갈 수 있다. 소수성의 물질도 필요하고 친수성의 물질도 필요하다. 또 전혀 어울릴 수 없는 극성, 비극성의 계면에 친화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도 필요한 것이다.

나와 동일한 사람만 있어야 어울린다는 말을 할 수 없듯이, 나와 다른 사람도 살아가고 있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 삶이 힘들 때면 자연을 통해 배워야 하고, 사상과 철학이 부족할 때는 과학적 원리에 대한 접근으로 생각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 세상의 물질이 존재이유가 있음을 알 때 보존과 보호의 필요가 느껴지고,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 때 인격을 존중하고 각자의 역할을 인정할 수 있다. 모터는 양극과 음극이 서로 존재하며 잘 돌아갈 때 동력이 발생하고 남과 여, 구세대와 신세대, 보수와 진보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바르고 더욱 아름다운 세상,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것을 빗방울이 한가운데 모인 연잎을 보면서 다시금 일깨워 본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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