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자존심 건드린 ‘고래고기 시비’
시민 자존심 건드린 ‘고래고기 시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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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방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고래고기 시비’다. 이 희한한 일 때문에 경찰이 특정 검사를 수사한다는 유례 드문 이야기도 들려오는 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소하게 생각했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의외로 많다. 부부싸움, 연인싸움, 친구싸움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학교폭력’으로 변질돼 사회 전체를 골병들게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울산에서 펼쳐지는 ‘고래고기 시비’도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시민들이, 본의와는 상관없이, ‘돈벌이에만 눈 먼 경제동물’, ‘동물보호와는 담 쌓은 야만시민’으로 비쳐질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고래고기 시비’의 발단은 지난해 검찰이 불법포경 혐의로 압수된 고래고기의 일부를 포경업자에게 되돌려준 데서 비롯됐다. 사건의 불똥은 동물보호단체로 튀어 고발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고래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지난 13일 불법포경 증거물인 고래고기를 업자들에게 되돌려줬다는 이유로 특정 검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시킨 것이다. 이 사건은 급기야 ‘수사권 독립’을 벼르던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 귀에도 들어가면서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는 이례적 사태로 급반전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는 13일자 기사에서 “울산지검이 지난해 불법포경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일과 관련, 경찰이 당시 검사의 환부 결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울산에서 ‘고래고기’란 말은 금기어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유독 고래고기의 불법유통에 대해서는 관대한 측면이 있어 왔다. 수개월 전 고래고기를 불법적으로 다량 유통시킨 업자가 예상외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난 일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 전체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사법당국부터 엄정한 감시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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