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제식구 감싸기’는 비수가 될 수도
‘도 넘은 제식구 감싸기’는 비수가 될 수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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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를 두고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어제 본보에 게재된 ‘현대차노조의 도 넘은 제식구 감싸기’ 제하의 보도내용도 이 같은 경우이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노조는 개인폭력행위까지 신분을 보장하고 금전적 지원까지 한다고 한다.

사건 당사자인 A씨는 지난 2013년 회사 자산을 보호할 임무가 있는 보안요원이 자신의 고유업무를 정당하게 수행했음에도 전치 8주라는 부상을 입혀 2014년 회사로부터 3개월의 정직을 당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3년이 지난 뒤 뜬금없이 ‘노조활동’을 했다며 정직기간 동안에는 생활비를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조합원이 낸 돈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자신들에겐 A씨의 행동이 지고지순하고 신성한 ‘노조활동’으로 여길지 모르나, 제3자가 보기엔 폭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임금이 생리적인 현상으로 변을 봐도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칭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동조합원은 힘이 약한 개인(노동자)이 함께 뭉쳐 자신들의 권익향상을 도모하고자 결성된 단체이다. 그러나 어느새 현대차노조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 노조는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할 정도가 비대해졌고 스스로 ‘현장권력’이라 부를 만큼 노조의 권력화는 입법·사법·행정·언론에 이어 제5부(府)가 됐을 정도이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했던가 이젠 기업고유의 경영부문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할 정도가 됐으니 뭔가 너무 나간 느낌이다.

조합비는 조합원 개개인이 낸 돈으로 조성한 것으로 노조의 표현대로 ‘조합원의 피·땀이 모인 것’이다.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쓸 수 없고, 더욱이 특정 개인을 위해 쓸 경우에는 엄정하고 공정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조활동을 했다’는 타이틀만 갖다 붙이면 졸지에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돌변해 누구도 함부로 가타부타 말을 못 하는 것 같다. 이런 배경에는 본인도 언젠간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보험성 묵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관행 때문에 A씨와 유사한 경우가 계속 이어져 든든했던 현대차 노조의 곳간도 세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문제는 앞서 말한 대로 어처구니없고 돌발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인 행동을 막가파 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소위 ‘뒷배’를 봐주는 곳이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 동안 있었던 유사한 사례가 더해지면서 더더욱 확신을 심어준다. 따라서 불법적인 행동을 부추길 수 있는 내부 규약이 개정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막행(莫行)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긴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나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이 같은 억지가 단절되지 않으면 쇠에 생긴 작은 녹이 결국은 쇠 자신을 부식시키듯이 언젠가는 자신들을 향한 비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최고법인 헌법도 시대가 변하면 개정한다. 국민의 권익보호와 신장을 위해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한도 줄이고 있다. 하물며 일개 노조동조합의 내부 규약은 주변상황에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더욱이 노조는 특정인이 아닌 조합원 전체의 권익이 최우선돼야 함에도 일부 운동가들과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의 보호막 역할에만 그친다면 결국 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제 시대는 변해가고 정치권도 변하고 있다. 시대의 조류에도 맞지 않는 규약으로 다른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보다는 노동조합 스스로 먼저 규약을 개정하고 시대의 형평에 맞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A씨 사건에 대한 현장의 비난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이유이다. 더구나 규약까지 위반하며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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