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의 취지나 내용은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다. 9개 공공기관들이 지역 사회적기업들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생력을 갖도록 돕겠다는 것이 그 취지다. 또한 이들 공공기관들이 지역 사회적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해주고 이들 기업의 성장·발전과 판로개척을 위해 손을 같이 잡아주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울산시가 집계한 바로는 현재 울산에는 ‘사회적기업’ 64개와 예비사회적기업 38개가 있고 양자를 합치면 102개나 된다. 이들 사회적기업이 9개 공공기관이 ‘우선구매’를 서류상으로 약속한 대상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매출액은 562억원, 급여를 받는 근로자 수는 1천190명이나 된다. 서류상 어느 정도 ‘거품’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만하면 고용효과를 예사로 보아 넘길 처지도 못 된다. 이번 협약으로 이들 사회적기업 또는 예비사회적기업들에 얼마만큼의 경제적 실익이 돌아갈지는 미지수이지만 긍정적 시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정부 부처만 다를 뿐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거의 대등하게 실현하고 있는 울산지역 ‘협동조합’(211개로 추산)이나 35개 ‘마을기업’ 집단에 대한 배려는 이번 협약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하기야 고용노동부가 관리하는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 제12조’에 따라 ‘우선구매 대상’이 될 자격이 충분하고, 기획재정부가 돌보는 협동조합 역시 그런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9개 공공기관이 사회적기업을 특별지원하기로 한 것은 전혀 지적할 일이 못 된다. 다만 행정안전부가 돌보는 마을기업 집단은, 전국적 현상이지만,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해 보인다. 이 문제는 칼자루를 쥔 정치권이 풀어야할 사안이지만 지원 근거가 될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수년째 상정과 폐기만 거듭할 뿐이어서 마을기업 종사자들을 애태우게 하고 있다.
협약에 서명한 유관기관들은 법적근거의 유무를 떠나 문제점 보완 대책을 지혜롭게 마련했으면 한다. 그래야 ‘사회적경제 가치 실현’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관련기업 종사자들의 소외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 요건을 갖췄으면서도 종종 우선구매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중중장애인시설 제품 구매에도 소홀한 점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