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주는 의미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주는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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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은 울산시민에게 어떤 존재일까? 선사시대 반구대암각화 속 태화강은 육지와 바다의 삶을 잇는 매개체였다. 또 천상리 환호유적과 무거동 옥현유적 속 태화강은 생명수를 공급하던 울산의 젖줄이었고, 농경문화를 꽃피우는 기폭제였으며, 풍요를 약속하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현대에는 어떤가? 태화강은 공업화와 도시화 과정 속에 울산시민과 함께 성장한 삶의 터전이었고,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과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통해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나 ‘친환경생태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Landmark)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태화강은 울산 최대의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로 시민 생활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시점에 울산시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국가정원은 몇 가지 지정요건이 있다. 정원의 총면적, 주제별 정원 개소, 전담 조직과 인력, 편의시설 등이 그것인데 태화강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상지역인 태화강대공원과 철새공원 일대는 약 128만제곱미터로 지정요건보다 4배 이상 넓다. 주제별 정원도 은행나무정원, 숲속정원, 나비생태원, 초화원, 작약원, 무궁화정원, 태화루정자정원, 대나무생태원, 십리대숲, 대나무테마정원 등 지정요건인 5종 이상을 만족한다.

또 울산시는 전담 관리조직으로 태화강관리팀을 두고 있으며, 30명 이상의 생태해설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편의시설도 주차장, 야외공연장, 자전거대여소, 공중화장실, 편의점, 생태놀이터, 원두막 등을 갖추고 있으며,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더 많은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태화강이 단순히 국가정원 지정요건을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 이상의 가치에 주목하고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태화강은 울산시민과 함께 성장해 온 울산의 역사다.

또 120만 울산시민의 대표적 휴식공간이자, 10만 마리가 넘는 철새의 낙원이며 연어, 황어, 은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태화강처럼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산업이 조화를 이루며 공생하는 강(江)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으로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더없이 좋은 사례이며, 21세기 도심의 강(river)이 지향해야 할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태화강의 가치는 무한하다. 과거 농경문화를 이끌던 태화강은 시민을 위한 힐링 공간을 넘어 자연을 체험하고 학습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수변문화의 장(場)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태화강 국가정원’의 지정은 태화강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아름답고 보기 좋은 정원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고 강이 가진 생명력을 극대화한 세계적인 수변정원(Gardens by the River)으로서 새로운 정원문화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수십 년 후에도 태화강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드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소망하고 꿈꾼 그대로를 보여줄 것이다.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은 두 번째 국가정원이라는 작은 꿈이 아닌, 울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더 큰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태화강이 될 것이다.

필자는 가끔 태화강이 ‘세계 자연문화유산’이 되는 날을 꿈꾼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지 않을까?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필자의 꿈은 물론 울산시민의 꿈을 향한 첫걸음이 되길 희망해 본다.

김희종 울산발전연구원 환경안전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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