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양반, 이번에 내립니데이….”
순간 추억의 캔커피 CF가 생각났다. 여주인공이 버스에서 하차할 때 관심있는 남자에게 “저, 이번에 내려요”라는 주옥같은 대사를 남기지 않았는가.
보통 하차벨을 누르고 내리는 문 앞에서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하차벨도 누르지 않고 그런 말을 직접 했을까.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고 문이 열렸을 때 아저씨가 지팡이를 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었다. 좌석에서 하차문까지 보통사람이라면 네발짝이면 내렸을 거리를 아저씨는 어렵사리 한발 한발 내딛었다.
“빨리 내리지” 바로 뒤에 앉은 남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 신정시장 정류장에서 할머니가 봇짐 여러개를 들고 힘겹게 올라타길래 내가 탈 버스는 아니었지만 뒤에서 물건을 올려드린 일이 있다.
당황스러웠던 건 그 다음 상황이다. 탑승을 기다리던 여자애 둘이 새치기를 했다며 대뜸 욕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려심은 언젠가 나를 위해 베풀어야 할 덕(德)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너무 야박한 구석이 없지 않다. 개인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과한 친절은 오지랖이 될 수도 있다. 생활 속 배려가 필요한 순간만은 놓치지 말자.
울주군 범서읍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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