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유아 보육·양육 지원의 문제점
[목회일기]유아 보육·양육 지원의 문제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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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반면에 저출산으로 인구절벽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로 보육·양육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부담스러워 출산을 주저하게 된다고 한다.

심심찮게 발생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도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정부의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교사들은 낮은 임금에다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고 질 낮은 교사들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들로 사기마저 떨어지는 상황에 불신만 커지고 있다. 아이를 엄마가 양육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경제적인 문제가 크기에 엄마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부터 국·공립 유치원 원아 수용률을 현행 25%에서 40%로 높이기 위해 공공형 유치원과 국·공립 유치원을 대폭 늘리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우선적으로 국·공립 유치원에 입학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질 좋은 공공시설을 더 늘리겠다는 것인데, 시설을 더 늘리려면 건물과 인력 확보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설만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설을 늘리지 않고 질 좋은 양육과 보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어린이는 2∼3세에 평생을 가지고 살아갈 인격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시기에 가장 안정되고 평안한 가운데 사랑을 많이 받고 존중 받으며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중요한 유아기를 엄마가 가정에서 직접 양육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원체계를 보면 엄마가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면 손해를 보도록 되어있다. 정부에서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육료는 매월 0세는 41만8천원, 만1세는 36만8천원, 만2세는 30만4천원, 만3∼5세 누리공통과정은 29만원이다. 그러나 이 아이를 엄마가 집에서 양육하면 0∼11개월은 20만원, 12∼23개월은 15만원. 24∼35개월은 100만원, 36개월-취학 전까지는 10만원이 지원된다. 그러므로 전업주부라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양육하는 것은 몸도 힘들고 경제적으로도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러기 때문에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보내니 시설이 부족하고 교사도 부족하여 아동학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누리과정은 만3∼5세 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 보육과정으로 공립유치원은 1인당 11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 29만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2018년부터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아닌 정부에서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때 공약으로 아이는 나라가 키우겠다고 했는데 이 발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엄마보다 아이를 더 잘 키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아이는 엄마가 잘 키우도록 나라가 도와주어야 한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보육시설도 늘리고 사람을 고용하여 공공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인데 그보다는 가정에서 양육하는 엄마에게 지원비를 대폭 늘려서 엄마가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만 부족한 어린이집 문제, 어린이학대 문제도 해결하고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도 되겠다는 신뢰를 심어주어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은 아이를 엄마 품에서 떼어내 시설로 보내게 하는 정책이다.

미혼모 지원 정책만 보아도 아이를 엄마 품에서 떼놓는 정책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아이를 홀로 키우는 (저소득층) 미혼모에게 월 7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7만원은 분유 값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미혼모가 직접 양육을 포기하고 아이를 다른 양육체계로 보내면 (소득에 관계없이) 매달 입양가정에는 15만원, 위탁가정에는 50만원, 아동보호시설은 105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다. 생모가 직접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 가장 지원이 적고 친모와 생이별하고 고아가 되어 보육시설로 가면 더 많은 지원을 받게 되는 구조다. 보육시설에 지원하는 105만원을 미혼모에게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양육할 미혼모들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 보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가 같은 돈을 쓰고도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내 시설에 보내도록 하는 정책을 왜 고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아동 인권에 관한 조약과 협약에는 아동이 친부모에 의해 양육될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원 시스템은 아동이 친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미혼모의 약 30%가 낙태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낙태를 선택한 이들 중 99%는 경제적 환경만 충족된다면 출산을 원했을 것이라고 한다.

저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자하면서도 지원해야 할 대상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한 제도로 인해 엄청난 수의 태아가 낙태를 당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인구 정책에도 문제가 많은 것이다. 울산시만이라도 유아기의 아이를 엄마가 더 많은 시간 동안 양육할 수 있도록 시설에 보낼 때보다 가정에서 양육할 때 더 많이 지원하는 정책으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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