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관리, 이대로 괜찮은가?
학교폭력 관리, 이대로 괜찮은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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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기 마련이다. 지난 6월에 일어난 울산지역 중학생 자살 사건도 마침내 그 진상이 밝혀졌다. 어린 학생이 스스로 이 세상을 등지기로 비극적 선택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시시각각 조여 오는 동급생들의 학교폭력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하마터면 지하에 묻힐 뻔한 학교폭력의 진상을 끝내 밝혀낸 주체는 울산경찰청이었다. 경찰은 울산 모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동급생들의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끝내 밝혀냈다.

사건 전개 과정에서 드러난 일이지만, 참으로 가증스러운 것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거듭된 직무유기 태도다. 심의위는 복수의 학생들로부터 아무런 학교폭력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두 차례나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으면 있을 수 없는, 고의성 짙은 거짓판정이었다.

12일자 한 중앙지는 거짓판정이 나오기까지 학교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학교장은 교육청의 문책을 면하기 위해 담당 경찰관을 매수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기사를 올렸다. 이 신문은 또 “경찰과 교육당국이 사건 초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아까운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사도 같이 올렸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총체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찰조사 결과 숨진 학생은 동급생들의 되풀이되는 폭력 사실을 청소년정신건강증진센터 상담사에게 털어놨고 센터는 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다. 그러나 학교 측은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심의위는 도리어 피해학생에게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고 돌발행동을 자주 한다’는 엉뚱한 누명을 씌우기까지 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쉬쉬 하기를 바란 학교 특히 학교장에게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다음은 학교 측 입김에 따라 ‘들러리’를 선 것처럼 비쳐지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물어야 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담당경찰관(스쿨폴리스)이나 관할 경찰서도 공동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기사가 지적한 대로 숨진 학생의 아버지는 두 차례에 걸쳐 학교폭력을 신고했으나 ‘스쿨폴리스’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고, 피해학생의 죽음도 ‘단순변사’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관리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굴러 간다면 제2, 제3의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새 판을 짜야 할 시점이다. 그 일에 시교육청과 경찰, 청소년 유관단체들이 합심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차제에 학교장과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밀착 고리도 과감히 끊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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