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길을 찾아 한 걸음씩
전문가의 길을 찾아 한 걸음씩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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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만 해도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심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회사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제출해놓고 또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입학지원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진학보다는 취업하는 것이 더 좋고, 대학원은 취업 못한 학생들이 가는 도피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학원으로 진학하면 나도 현실에서 도피하는 사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회사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직무와 상관없이 몇몇 회사에 지원을 해서 면접도 보았고, 탈락 혹은 합격한 곳도 있었다. 합격한 회사에 다녀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어렵게 취업한 뒤 적성과 업무가 맞지 않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걸 못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작정 남들이 취업하니까 나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요리, 운동, 음악 등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인정받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중 한 프로그램을 보면 백종원씨가 나와 음식을 엄청나게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비법을 사용하여 라면, 김치찌개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칭찬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어릴 때 어른에게 자주 듣던 얘기가 생각난다. “하나만 잘해도 밥 먹고 산다”는 말이다. 나와 비슷한 20대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오늘도 자기에게 맞는 일이 무엇이고 또 무엇을 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가치관은 내버려두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종으로 공부하고 여러 자격증을 따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자기 가치관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하기도 싫은 일을 선택해서 전문가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 하기 싫은 일을 오래 해서 능숙해진 사람은 전문가라기보다는 숙련가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전문가는 사람마다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자기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성찰을 거쳐 방향을 설정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깨우친 사람이다. 나도 아직 전문가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연구생으로 올해 3월부터 근무하고 있다. 학부생 때의 전공과는 다르지만, 또 과거부터 해보고 싶었던 화학 분야의 일을 조금은 어렵고 서툴지만, 한국화학연구원 연구 업무를 통해 하나하나 차근히 익히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더욱 편안해져야 할 텐데, 오히려 더 팍팍해져 간다. 그것은 자꾸 우리의 시선이 주변 사람에게 가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이웃과 비교하고, 내 삶 안에서의 옳고 그름도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주변을 기웃거려 내 시선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시선을 고정해야 하지 않을까. 시선을 고정하고 내 삶의 방향을 제대로 확립할 때 비로소 경쟁도 건강해질 것이다. 내 자아 안에 좀 더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좀 더 최선을 다하도록 스스로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경쟁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나의 성장을 멈추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비하나 비난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오늘도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배우며, 내가 선택한 현실에 만족을 느끼며 전문가의 방향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주변에 경험과 지식이 많은 어른들도 아직 그런 말씀을 종종 한다. 이렇게 내 가치관과 생각을 벗어난 선택은 많이 힘들고 끊임없는 고민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끊임없는 고민을 계속하여 자신을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가다보면, 전문가의 방향으로 한 걸음씩 조금씩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한 숙련가가 아닌 전문가로서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은 이 시대 모든 청년들이 함께 가야 할 길이다. 우리는 청춘이다.

김용갑 인제대학교 대학원 나노융합공학부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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