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가운데 최근 임단협을 마무리한 SK이노베이션 노사의 합의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울산complex 내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노사가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매년 임금인상률을 물가와 연동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임단협 타결안은 여러모로 국내 기업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사는 매년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한국은행 발표 소비자물가지수와 연동시켜 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올해 SK의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이 같은 임금협상 방식이 국내 기업에 도입된 것은 처음이다. 여기에다 노사는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가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 지난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1후원 계좌’ 기부를 제도화한 것으로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노사는 또 획일적인 ‘호봉 인상률’을 생애 주기별 자금 수요와 근로자의 역량·생산성 향상도에 맞게 조절하는 새 임금체계 도입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일정 비율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던 기존 임금체계를 바꿔 결혼과 출산, 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줄이는 임금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ㅁ이러한 노사 임단협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은 다시 한 번 눈여겨보고 반성하기를 바란다. 노와 사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해야할 상대이기 때문이다. 서로간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감정적으로 대립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상생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임금인상을 둘러싸고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노사 간 교섭이 갈등과 파행을 겪고 있는 울산지역 대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SK이노베이션 노사가 보여준 모범을 본받기 바란다.
이번 협상의 결과는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또 그 결과는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임금교섭 프레임을 도입함으로써 노사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시에 해소하고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노사가 함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