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칼럼] 한복, 제자리 찾아주자!
[박정학칼럼] 한복, 제자리 찾아주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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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3년 생활한복에 대한 보도를 접하자마자 디자이너를 찾아가서 얘기를 듣고 두 벌을 사서 퇴근 후 입기 시작하여, 1998년 전역 후에는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양복을 없애고 지금까지 어떤 행사에 가든지 항상 생활한복만을 입고 다닌다.

그런 초기에 사)한배달 사무실에 더러 들르던 MBC 기자로부터 “박 장군님은 왜 한복을 입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내가 한국 사람이니까요!”라고 답했던 기억도 나고, 어느 행사 안내장에 ‘복장 : 넥타이 정장’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한복 입은 사람은 오지 말라는 것이냐?”고 항의를 하여 사과를 받은 적도 있다.

한복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어 왔던 고유의 전통 복장이다. 그러니 옛날에는 ‘한복’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옷’이라고만 하고, 오랑캐가 입는 옷은 호복, 서양 사람들이 입는 옷은 양복 등으로 불렀었는데, 어느 새 ‘옷’의 안방을 양복에 내어주고 ‘한복’이라는 뒷방으로 밀려났다.

이렇게 밀려난 이후에는 명절이나 결혼식과 같은 특별한 행사 때나 한복을 입게 되면서 한복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논일 할 때, 고기 잡을 때, 사냥할 때, 전쟁할 때, 잠잘 때 등 생활환경에 따라 다른 옷을 입었고, 그것이 모두 한복인데, 요즘은 일을 할 때는 양복을 입고, 행사 때만 때때옷을 입으니 때때옷만을 한복이라고 보게 되는 것이다.

88년 올림픽 직후 동남아 출장을 갔다가 가이드로부터 “태국 사람들이 올림픽 중계에 비친 바나나 먹는 장면을 보고 많이 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화면에 비친 바나나가 요즘도 시중에서 더러 판매하는 큰 바나나로, 태국에서는 사람들이 먹지 않고 코끼리 먹이로 주는 ‘코끼리 바나나’였기 때문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내 얼굴이 붉어졌다.

요즈음은 현지 사람들이 먹는 작은 바나나가 많이 수입되지만 그 때에는 그런 바나나만 수입되어 팔렸기에, 코끼리 바나나를 모르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식이었지만, 태국 사람들에게는 그런 큰 바나나는 코끼리 먹이로 주는 것이 상식이었던 것이다.

그 후 대통령 취임식 때 평상복 정장 양복을 입고 선서하는 것을 보면서 바로 이 코끼리 바나나가 떠올랐다. ‘의식 복장을 중시하는 서양 사람들에게 얼마나 우스개가 되고, 얕보일 것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런 큰 의식에는 평상복이 아닌 턱시도보다 더 격조 높은 예식복을 입는데, 우리 대통령은 ‘한국의 전통복장도 아닌 서양인들의 평상복으로 취임선서’를 하니 ‘한국은 전통복장도 없는 낮은 문화의 나라’라고 생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상일 교수는 우리 문화로서의 한복바지는 뫼비우스의 띠 두 개가 연결된 클라인 병 원리로서 4차원의 초공간을 현실 생활문화 공간인 3차원 세계에 실현시킨 뛰어난 의식에서 나왔다고 했다. 단군사화에서 신과 동물과 사람의 세계를 연결시킨 것처럼 3차원과 4차원의 세계가 하나의 공간에서 어우러지게 만드는 우주적 어울림의 원리로 만들어졌기에 같은 양의 재로로서 가장 큰 공간을 만들어 활동하는 데 가장 편안함을 주는 옷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고차원의 한복을 버리고 저차원 바지인 양복을 생활복장으로 입고 있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여 불편하니 느슨하게 풀면서 근무한다. 삼일절이나 광복절 같은 기념식에도 정부 관료들은 한복 아닌 양복 평상복을 입고 참석한다. 반면, 요즘 뉴스를 통해 유엔 등 국제회의 장면을 보면, 아랍이나 일부 아프리카, 남미 등의 사람들은 자기 전통 복장을 입고 참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넉넉하고 편하여 업무능률을 올려줄 한복을 우리 생활 속에 되살려, ‘옷’의 안방을 찾아주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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