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적 적폐 ‘여당호 갈아타기’
한국의 정치적 적폐 ‘여당호 갈아타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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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당의 맹주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한번 여당은 영원한 여당, 우리가 남이가!” 소리를 합창하듯 내지르며 재빨리 여당호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천 명 혹은 천오백 명씩 떼를 지어 권력 대이동에 가담하는 여당호 편승 바람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절정에 이르는 듯했다. 그 서슬에 울산지역 여·야당의 당세는 확연히 달라졌다. 마침내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여하간 여당 여객선이 된 더불어민주당호가 벌써부터 만원사례라니 그 확장세가 놀랍기만 하다. 대선 전만 해도 3천명에 불과했던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집권당으로 간판을 바꾼 이후로는 ‘자유한국당원’을 여유 있게 제치고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하는 말이다. 대조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당세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과거나 현재나 대선이 끝났다 하면 변함없이 나타나는 권력 대이동….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적 정치적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몇 가지 실례를 추적해 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이었던 울산지역 기초의회 의장 A씨가 얼마 전 모 정당 울산시당의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양반과 같이 손을 잡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그 면면들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과거 여당이었던 구 새누리당 소속 지방의원 또는 당원이 상당수였고 그 속에는 시 고위공무원을 지낸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17일 오후 울산시의회 기자실에서는 방송, 신문 등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모 기초의회 의장을 지낸 B씨가 그 지역 권리당원 1천 명과 동반입당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이다.

이 기회에 평생 야당에만 몸담았던 필자의 경험담을 잠시 소개할 필요를 느낀다. 지난 19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해서 선전은 했으나 야당 후보 2명이 잇따라 추가등록을 하는 바람에 낙선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그 이후 중앙당 임명직인 새 지역위원장 임명에서 탈락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전혀 영문을 모르는 일이었다. 뒤늦게 안 일이지만 “‘더민주’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라”고 당원들에게까지 지시했다는 이가 새 지역위원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참으로 선후배도 모르는 정치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최근 TV 화면에 새 간판을 달고 나와 당세 확장, 대선 공약 운운하며 승리를 자축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니 그동안 당에서는 물론이고 생판 모르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얼마 전에는 모 기초지자체에서 간부공무원을 지낸 이가 1천500여명 분의 입당원서를 들고 여당에 입당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권력 대이동이 대규모 동반입당의 모양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초지자체 출마를 꿈꾸는 또 다른 보수성향 인사도 민주당 입당 후 당원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동반입당의 물결은 다른 기초지자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의회 의장 출신 B씨 외에 부의장을 지낸 C씨, 주민자치위원장 협의회장을 지낸 D씨, 바르게살기위원장을 지낸 E씨, 동 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F씨, 동 체육회부회장을 맡고 있는 G씨도 그런 물결에 휩쓸린 사람들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과거 새누리당 사람이거나 보수성향 인사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차를 갈아타는 한이 있더라도 여당호에 편승하고 말겠다는 것은 정치적 습성이자 주특기란 말인가. 이런 약삭빠른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높은 국민적 지지로 인한 자연스런 세 확장이 아니라 무분별한 당세 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진보성향의 야당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지던 후보 단일화도 이젠 끝장이란 소리마저 들린다. “불과 대선 한 달 전에 입당한 자들이 오래 몸담았던 터줏대감을 감히 밀어내기까지 하다니”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미래권력을 향한 줄서기는 관료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선이 끝나면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제각기 흩어지는 게 아니라 낙하산을 타고 정부부처의 각종 위원회나 산하기관에 내려앉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울산에서도 18개 공기업 자리가 정치집단의 낙하산 인사로 돌아가면서 채워졌다. 누군가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권을 창출한 공로라며 논공행상 식으로 한 자리라도 꿰차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혼탁을 부르는 패거리 정치, 직업정치인들의 썩고 병든 정치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민주화의 기수로서, 혹은 국가와 국민의 공복으로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며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민주투사와 공직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양심세력이야말로 이 나라 미래를 밝혀주는 희망의 등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적 지지와 열망으로 출범하게 된 새 정부가 권력의 불나방인 패거리 정치의 적폐를 청산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새로워지는 새 나라로 이끌어줄 것을 기대한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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