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칼럼]“당신이 이 시대의 애국자”
[권영해칼럼]“당신이 이 시대의 애국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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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우리 회사에는 모두 1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최근의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회사에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은 딱 한 명, 저 혼자뿐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우리 센터는 가족기업이 당면한 어려움과 필요를 현장에서 파악해서 지원하기 위하여 가족기업 심방에 나선 적이 있었다. 앞에서 인용한 발언은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에 위치한 N사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저임금 인상이 회사 경영에 큰 어려움을 미치지는 않는지’를 묻는 질문에 젊은 남 사장이 들려준 답변이었다.

N사는 창업한 지 불과 3년 남짓 지난 회사이다. 이 회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화두인 IOT(사물인터넷)와 ICT를 근간으로 한 스마트 조명과 센서 등을 개발하여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제공하는 업체이다. 전국 단위의 각종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여러 번 수상하였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피나는 연구개발로 상당한 위치에 오른, 우리 센터가 자랑하는 최고의 창업기업이다. 이제 본격적인 매출도 기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최근에는 국내 유수의 기업과 수십억 원대의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전력 사정이 열악한 인도 시장에 진출하여 100억 원대의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가 방문한 N사는 전형적인 신생 벤처기업으로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출근시간은 정해져 있어도 퇴근시간은 따로 없이, 그야말로 밤을 새워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였다. 기존의 대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우수한 젊은이들이 회사의 미래와 성공을 위하여 도전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았다.

자금 우리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 나라가 매달려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첫 번째 목표로 설정하여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는 기존의 기업을 혁신과 경쟁력 제고를 통하여 성장시키거나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여 만드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당면목표로 세우고 여러 가지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울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심이 되었고, 그 덕부에 전국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면서 인구 100만을 넘기며 성장할 수 있었던 도시이다. 인구는 비록 2%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에 달하는 1천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감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전통산업 성장의 한계와 어려움으로 수출실적이 600억 달러대로 급감하였고, 인구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울산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의 혁신은 물론이고 창업을 통한 새로운 산업의 싹을 키워 청년들이 다시 울산으로 몰려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 센터 또한 비교적 적은 울산의 인구와 대학 수, 창업투자에 대한 인식과 창업지원 전문가그룹의 부족 등 열악한 창업환경을 극복하고 창업을 활성화하여 울산의 미래를 열어갈 세계적인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하여 나름대로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시절에는 일본제국주의의 지배에 저항하고 민족의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헌신한 분들을 우리는 애국자로서 존경하였다. 그 후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에서 분투한 분들을 애국자로 기렸다.

이제는 세계가 경제 전쟁에 뛰어든 시대이자 실업과의 전쟁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과 그들 가족들의 생존 기반이 되는 급여를 지급하는 창업기업가야 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애국자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애국자가 많아질 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실업과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N사 방문을 마치고 돌아올 때 문득 젊은 사장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안쓰럽기도 하여 마음 한구석이 짠해 옴을 느꼈다. 그 또래의 많은 젊은이들이 ‘헬조선’과 ‘흙수저’ 운운하는 와중에서도 ‘최저임금 근로자’를 자임하면서 18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연봉을 책임져야 하는 젊은 사장이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사장님!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입니다!”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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