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사에 가장 시급한 것은
현대차노사에 가장 시급한 것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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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지난달 말 현재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725만7천288명으로 전체인구(5천175만3천820명)의 14.0 2% 차지. 이는 UN이 정의하는 ‘고령사회’ 국가가 됐다는 뜻이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이 불과 7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은 예부터 모든 인류의 꿈인 장수를 실현한 매우 고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이 반드시 축복만은 아니다. 특히 신생아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아예 아이울음 소리가 사라진 농촌도 적지 않다. 국력과 발전의 기본인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암울한 미래가 도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수명이 늘어난 반면 기업수명은 반대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묘하고도 불안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자리 창출이 국정 주요과제가 될 정도로 고용증대가 국가적인 화두로 등장한 현실에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전문기업인 엑센츄어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년 전 스탠다드 앤 푸어스(S & P)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50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과 15년이면 기업수명을 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모자라 3년 뒤인 2020년에는 10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로 창사 50년을 맞은 현대차는 울산경제의 큰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현대차 환경을 보면 70년 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 80년 초의 산업구조 조정, 90년대 말 IMF 외환우기 때 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당사자인 현대차는 물론 일반국민들까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안방에서도 수입차의 점유율 증대로 현대차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 4월 2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에 들어간 현대차 노사는 많은 사람들의 전망·기대와 달리 교섭 종지부를 찍어야 할 마지막 선인 8월을 넘겼다. 결국 다음 주 월요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 레이스에 들어가는 차기 집행부 선출이 끝난 후에야 교섭을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해외시장 판매급락은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교섭은 당사자의 이해와 의지로 충분히 조기 종결을 할 수 있음에도 타결을 짓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조합원 수가 5만명이 넘어 참석률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집회유세 대신 영상유세를 해야 할 정도로 현대차 노조는 이미 거대공룡이 됐다. 물론 이 같은 몸집을 갖게 된 것은 현대차가 성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규모 때문에 공론(公論)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고양이가 호랑이로, 때로는 호랑이가 고양이로 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부장 선거 때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조합원 상당수가 심각히 여기지 않는 것은 이 같은 노조환경도 큰 요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와 조합원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이번 교섭이 마무리되지 못한 데는 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이 주요원인이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회사가 잘 돌아갈 때는 실적수준에 합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현대차가 처한 입장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다. 발전전략 대신 ‘생존전략’을 짜야 할 정도로 위중한 사태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만약 노조나 조합원이 “나는 몰라”라며 위기를 외면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 한때 우리 사회는 ‘대마불사’라는 신화를 믿었지만 이젠 폐기처분된 패러다임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수명은 이 같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가 비록 국내에선 대기업이지만, 국제무대에 나가면 무시무시한 강자를 상대해야 한다. 이러한 위기를 공감하는 것이 현대차 노사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닐까.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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