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고 맑은 식수를 확보하자는 취지의 시민모임(가칭 ‘맑은물·암각화 대책위원회’)이 오는 9일 울주군 반구대암각화 현장에서 창립총회를 갖는다. 이 모임은 사업목표를 △맑은 물 공급과 대곡천 암각화 보전 △대곡천 암각화의 인류문화유산 등재와 대곡천 역사공원 조성으로 정했다. 매우 의미 있는 목표 설정이지만 문제는 이 모임이 정부에 물과 암각화 문제를 동시에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내기 위해 시민서명운동을 시작키로 한 일이다. 혹자는 좋은 취지의 운동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운동의 전면에는 한때 장관급 자리에 앉았던 인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져 ‘정치적 노림수’라는 구설수에 오를 소지가 다분하다.
야권의 움직임도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울산시의회 제1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단은 제191회 임시회 나흘째인 7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범정부 대책마련 건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이 건의안이 울산시의 요구안인 ‘생태제방 안’을 고스란히 옮긴 것이어서 정치권이 집행부의 들러리를 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점은 시의회 관계자도 사실상 시인한다. 시민들은 암각화 보존 문제가 정치권의 입김에 10년 넘게 휘둘려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구태가 재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국보 285호의 보존에 관한 한 지역 정치권은 “너무 설친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초연한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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