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모종도 심어야 하고/ 감자밭에 풀도 뽑아야 하고/ 상추도 솎아야 하는데/ 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채전밭에 물도 줘야 하고/ 배나무 과수원에 약도 치러 가야 하는데/ 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받아쓰기/ 숙제/ ABC…/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자주 콩밭에 가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손은 느리고/ 마음은 바빠 죽겠다”
‘울산시민학교’ 학생 강수련 할머니(69세)의 자작시 ‘마음은 콩밭’이다. 전시장에는 다른 늦깎이 학생들의 시화 작품 54점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옆 휴게 공간에서는 ‘할머니 작가들’의 숨은 뒷얘기도 엿들을 수 있다.
2차 시화전은 ‘제5회 울산평생학습박람회’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에서 15∼17일 사흘간 계속 이어진다. 교육부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울산시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고 있다.
‘문해의 달’을 다시 맞으면서 울산시민들에게 마음에 새겨주기를 권하고 싶은 얘기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아니면 또 다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규교육 기회를 놓쳐 한글마저 배울 수 없어 ‘까막눈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우리네 할머니들의 응어리진 한(恨)을 한 번쯤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그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박봉도 참아가며 봉사정신을 불태워 온 수많은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도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문해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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