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분들의 시화전
뒤늦게 글자를 깨우친 분들의 시화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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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해(文解=문자해독)의 달’ 9월을 맞아 울산평생교육진흥원이 5일부터 사흘간 울산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해, 첫 시작을 열다>란 이름의 시화전이다. 시화(詩畵) 작가들은 대부분 문해교육학교나 도서관 등 지역 평생교육기관에서 뒤늦게 문자를 깨우치고 있는 어르신(成人)들이다. 할머니가 대부분이지만 간간이 젊은 주부나 결혼이주여성도 섞여 눈길을 끈다. 더욱이 이분들의 진솔한 마음씨와 배움에의 열정만큼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워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고추모종도 심어야 하고/ 감자밭에 풀도 뽑아야 하고/ 상추도 솎아야 하는데/ 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채전밭에 물도 줘야 하고/ 배나무 과수원에 약도 치러 가야 하는데/ 내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 받아쓰기/ 숙제/ ABC…/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자주 콩밭에 가는 버릇이/ 생겨 버렸다/ 손은 느리고/ 마음은 바빠 죽겠다”

‘울산시민학교’ 학생 강수련 할머니(69세)의 자작시 ‘마음은 콩밭’이다. 전시장에는 다른 늦깎이 학생들의 시화 작품 54점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옆 휴게 공간에서는 ‘할머니 작가들’의 숨은 뒷얘기도 엿들을 수 있다.

2차 시화전은 ‘제5회 울산평생학습박람회’가 열리는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에서 15∼17일 사흘간 계속 이어진다. 교육부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울산시평생교육진흥원이 공동 주관하고 있다.

‘문해의 달’을 다시 맞으면서 울산시민들에게 마음에 새겨주기를 권하고 싶은 얘기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아니면 또 다른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규교육 기회를 놓쳐 한글마저 배울 수 없어 ‘까막눈이’ 소리를 들어야 했던 우리네 할머니들의 응어리진 한(恨)을 한 번쯤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그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박봉도 참아가며 봉사정신을 불태워 온 수많은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도 같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참으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문해교육’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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