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산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대학가 산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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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하면 로봇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AI는 ‘터미네이터’의 로봇처럼 하드웨어 형태일 수도 있고 ‘아이언 맨’의 자비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AI는 형태보다 ‘사람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최근 TV광고에서 기러기부부인 남편이 집에서 스피커와 대화하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는 그것이 인공지능이다.

일본에서는 AI를 탑재한 로봇 70여대가 호텔 직원으로 일하는 무인호텔이 이미 등장했고, IBM에서 개발한 ‘왓슨’의 방사선 판독 능력이나 법원판례 검색 능력은 인간보다 월등하다. 구글, 페이스북, 테슬러 등이 개발에 참여했고 우리나라 SK, LG, 삼성도 참여를 선언한 AI 시장은 2025년이면 6조 달러(한화 6천7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현재의 AI는 비서처럼 인간의 노동과 업무를 주로 도와주는 약인공지능(ANI, 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50년은 되어야 감정과 자아를 가지고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강인공지능(Strong AI)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다수는 그때가 온다고 해서 영화처럼 AI가 인간을 지배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원자폭탄이나 다이너마이트처럼 인류를 위한 발전이라고 믿은 것이 인류에게 해가 되는 경우를 보면 AI의 존재보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정보통신기술(ICT)에 힘입어 인간과 인간, 사물과 사물, 인간과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더욱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즉 ‘초연결성(Hyper-Connected)’과 ‘초지능화(Hyper-Intelligent) 특성을 가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대는 세탁기가 고장 나면 애프터서비스(After-service)를 시간에 맞춰 부르는 게 아니라 서비스업체가 IoT를 통해 고장을 미리 감지하고 고치러 와 주는 ‘비포어서비스(Before-Service)’ 시대가 될 것이다.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의 일원으로서 AI의 발달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일자리 감소’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 사라지는 직업군이 생길 것이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을 사용하면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5년간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210만 개가 창출되면 결국 일자리 500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가장 타격이 큰 직군은 AI 대체가 가능한 사무관리직과 제조·광물업 분야이고, AI 대체가 불가능한 직군은 경영·금융 서비스, 컴퓨터·수학, 건축·공학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3차 산업 일자리가 없어지는 대신 4차 산업 일자리가 창출되는 ‘일자리 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앞으로는 한 가지 직업만으로 살 수 없다. 바로 1년 뒤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우선 3차 산업에 취업하고, 10년 뒤에는 4차 산업 직군에서 일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교육학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미래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미래를 위한 ‘창의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정부는 2010년부터 대학등록금을 동결하고 대학 평가를 바탕으로 각종 국고를 지원해주고 있다. 이때 대학 평가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취업률’이다. 이 때문에 모든 대학이 미래를 위한 교육보다 취업에 필요한 전공능력과 각종 자격증과 영어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방향도 바뀌고 정부가 청년실업 등 당장의 사회문제를 대학에게 떠넘기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느낀 우리 대학에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독서대회와 창의적 발상을 장려하는 창의경진대회를 열고, 미래를 위한 기술과 협동심을 길러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또 2018년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 앞서나가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교육에도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학교, 정부,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주연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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