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산업
위기의 자동차산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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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을 외치던 현대차가 여름 끝자락에 벌어진 하투(夏鬪) 후유증과 국외 판매량의 급감으로 내수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후폭풍, 한미 FTA 폐기 거론 및 유럽발 전기자동차(EV) 전환의 가속화 등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가 급변함에도 대처할 자세가 되어있지 못함이 아쉽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자동차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쟁의행위인 파업을 강행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생산활동을 벌인 결과로 ‘이윤’이 생기는데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의견이 갈리면 갈등이 시작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한 만큼 더 가져가려 할 것이고 회사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일정부분을 활용하길 원한다.

조합원이 많은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노조를 대표하는 집행부가 회사 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단체협상을 진행한다. 노조와 회사가 각자의 입장을 피력하고 절충안을 찾는 과정에서 조합원의 신임을 잃지 않으려는 집행부의 무리한 협상요구가 파업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급여가 물가상승에 상응해야 생활에 지장이 없기에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수년째 국내외 경기가 악화된 데다 잦은 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 판매량이 쪼그라든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 자동차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과의 사드 갈등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 분야는 단연 자동차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고, 판매 부진에 납품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협력업체가 아예 납품을 거부, 현대차 중국 공장이 일제히 멈춰 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판매 감소의 모든 원인이 ‘사드’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지만 상당 부분 사드 갈등에 따른 ‘반한(反韓)’, ‘반한국기업’ 정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수개월째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니 걱정이다.

이런 한국 자동차산업의 ‘중국발(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베이징현대 4개 공장의 가동 중단이다. 베이징현대의 베이징(北京) 1∼3공장, 창저우(常州) 4공장 등 4개 공장의 생산이 부품 공급 차질로 중단됐다.

그동안 자동차 노조는 성장 주도 정책 아래 힘을 키웠다.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달콤한 사탕을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가 썩어가는 데도 더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처럼 보일 수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는 대기업 노조의 파업에 전전긍긍이다. 하루빨리 생산이 정상적으로 재개돼 경영에 차질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자신들의 노력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들의 애국심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현대차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파업 이후 생산된 제품의 품질문제에 대해 노조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무작정 보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효율을 높일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중국 사드가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국가와 국민들이 밀어줄 때 생긴 과실(果實)을 노사가 나눠먹기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선진 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개발과 혁신에 전력투구해야만 한다. 새로 구성될 현대차 노조의 현명한 변화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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