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역 언론의 문제제기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계의 한 논객은 ‘태화강대공원, 간절곶처럼 될라’는 제목의 6월 26일자 칼럼에서 인공조형물의 무분별한 설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간절곶처럼 될라’라는 표현은 간절곶(공원)이 실망스러울 정도로 망가졌음을 의미한다. 이 논객은 간절곶에서나 볼 수 있던 ‘소망우체통’의 짝퉁에다 ‘죽순 조형물’까지 태화강대공원에 느닷없이 들어서는 바람에 관광명소로서의 품위와 값어치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어 했다.
비슷한 사례를 울산지역 공공장소에서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울산왜성(일명 학성공원)만 해도 그렇다. ‘오색팔중 동백’을 주제로 성터 곳곳에 설치해둔 인공조형물이나 안내·해설용 간판은 역사성과는 한참 거리가 멀고 조잡한 느낌만 줄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밖에도 일부 관광명소나 유명 등산로에서 볼 수 있는 인공폭포 또는 데크는 비자연적 조형물의 상징처럼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그러기에 윤시철 의장의 개회사 발언은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명소의 가치는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조형물이 들어설 때 더 높아진다”는 말, “조형물이라는 인공조미료가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천연감미료보다 더 낫다고는 할 수 없다”는 말, 그리고 “먼 산을 빌려 풍경을 채우고 시조 한 자락으로 품격을 높이던 선조들의 ‘비움의 미학’을 새삼 음미해 보자”는 말이 특히 그렇다.
윤시철 의장이 시에 당부했듯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에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전문가 의견은 물론 시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차제에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서라도 234개(2015년 8월 기준)도 더 되는 울산지역 인공조형물(공공조형물)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와 진단에 나서는 것도 매우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