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성공원은 도시 활력을 높일 수 있을까?
학성공원은 도시 활력을 높일 수 있을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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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성공원은 도심에 섬처럼 떠 있는 녹지공간이다. 도로를 경계로 그 건너편에는 충의사가 보이고 MBC가 자리한 녹지공간과 더불어 중구지역의 드문 녹지축을 형성한다. 문화유적지로 지정되어서 그나마 개발을 비켜갈 수 있었던 중구 도심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울산왜성이 있었고 사명대사와 담판을 지었던 가등청정(가토 기요마사)이 울산동백(오색팔중)을 발견한 곳도 학성공원 근처라고 알려져 왔다. 중구는 작년에 ‘울산동백이 피는 온새미로 마당’ 사업이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이 사업을 3년간 추진하게 되었다. 중구문화원이 울산성 전투의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텔링화한 ‘학성 이야기 통신꾼 양성’과 400년 만에 돌아온 울산동백을 테마로 한 ‘울산동백 콘텐츠사업’ 등이 그것이다. 학성공원에 동백길 스토리존을 조성하고, 학성 꽃등과 유등 점등식, 학성공원 탐방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재작년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구청과 학성공원에 울산동백 11그루를 심었다. 중구청이 종갓집 위신에 걸맞게 해마다 ‘문화해설사 교육과정’을 열고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는 그 정성을 눈여겨 보아왔다.

학성공원은 성이 으레 가파른 언덕이나 산에 만들어지듯 경사가 있어 마음을 먹어야 올라갈 수 있는 위치다. 시민들 아침운동 공간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썰렁하다는 생각을 갈 때마다 했었다. 입구에는 술을 드시는 분이 모이고 삼삼오오 모여 투전판도 벌어진다. 간혹 싸움이 붙어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주차장도 좁아 차를 세우고 올라가기도 쉽지 않다. 그런 불편이 있는 만큼 시민으로부터 점차 외면을 받아온 곳이다. 하지만 한 번 올라가 보면 의외로 나무들 수령이 오래되었고 맑은 공기가 싱그럽다. 도심에서 이 정도로 건강한 숲공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귀한 보물이다.

최근 울산 중구청이 학성공원을 개발하는 방식에 대해 답답함을 느껴 몇 가지 적어본다.

먼저, 봄철에 오색 불빛으로 물들인 행사 현장을 둘러봤는데 촌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마치 야시장 같은 현란한 불빛만 있고, 오색 불빛은 거리를 뒤덮은 크리스마스 전후의 야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었다. 조명전문가의 자문을 들어가며 했더라면 그런 모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유적지는 역사적으로도 중후함과 경건함이 흐르게 하면 좋을 일이고, 가까운 경주만 가도 야경을 어찌 연출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둘째는, 문화재 지역을 복원할 때는 고증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임진왜란이 파죽지세로 몰린 치욕의 역사라면 7년 뒤 발발한 정유재란은 충북 이북으로는 발을 디디지 못하게 한 구국승전의 역사라고 봐도 된다. 특히 학성공원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군의 최전선 보루였다. 남쪽을 중심으로 볼 때 위도 상으로는 제일 높고 일본과는 가장 가까운, 여차하면 무서운 조선수군도 없는 바다로 바로 도망쳐 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조명(朝明)연합군의 포위 속에서 왜병은 식량과 식수가 없어 성의 흙을 먹고 종이를 먹고, 자기 오줌과 군마의 피를 마시는 판이었다고 기요마사는 기록했다. 정유재란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인 학성공원에 주제도 잘 정해서 일관성 있게 만들지 못하면 번잡한 백화점식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동백나무도 검붉고 가장 지저분하게 피는 사자형 품종이 가장 많이 심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역사성을 가진 곳에는 변형이 심한 원예품종은 가급적 피하고 야생종에 가까운 동백을 심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수많은 희생과 전투를 치른 곳을 기초조사나 고증을 받아 진행하는 것은 더 앞선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학성공원 가까이에 사는 주민들과 같이 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성공원 주차장은 딱 하나이고 아주 작다. 그 공간은 근처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꽤 쓸모 있는 공간이자 중소상인들에게는 생계와 관련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장소를 개발하면서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모양이다. 주차장이 정비되면 간혹 민간행사도 그 공간에서 하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주차장 땅을 더 확보하는 문제, 사람들로 하여금 학성공원 위로 어떻게 올라오게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고 서로 편한 곳을 행사장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상가 주민들은 소음공해와 생계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공청회나 주민설명회나 아이디어 참여를 통해서 하는 열린 행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주민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문화재 복원은 한 번 손대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릴 수 없는 것이기에 시간을 두고 고증을 받아 천천히 조금씩 해 나가야 한다. 울창한 학성공원은 유치원생 숲유치원 체험공간으로 이용해도 좋을 곳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많이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대안은 그런 의문을 푸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도시 활력 증진’은 예산을 쓰는 시설공사와 조경이 저절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동고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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