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하여
방어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9.0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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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거주했던 일본인들(75만 추산)은 곳곳에 관공서, 회사, 상가, 주택 같은 일본식 건축물을 참 많이도 지어 남겼다. 그러나 세월 탓일까, 대부분 낡아 없어지거나 재개발로 사라져 지금은 극소수만 남아있다.

대표적 일본식 건물로 서울엔 구 서울시청, 한국은행, 철거된 중앙청 건물이 있고, 부산엔 구 부산지방기상청, 부산진 일신여학교, 부산근대역사관(구 미문화원)이 있다. 또 광주엔 전남여고, 남동성당, 전남도청, YMCA회관이 있고, 전남엔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목포공립 심상소학교, 여수 구 청년회관, 나주경찰서 등이 있다.

그 중 건물 수가 많고 보존상태도 양호한 군산시는 본정통에만 관공서를 비롯한 건물 170여 채가 남아있다. 군산항 뒤 근대역사박물관 주변엔 군산세관 본관과 은행이 있고, 왼편엔 장미갤러리와 미즈상사 건물이 있다. 해망로 건너편 일본인 거주 가옥 ‘히로쓰’는 정원과 내부가 볼거리다. 신흥동엔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찰 건축양식을 비교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절 동국사가 있다. 또 동국사 근처의 숙박시설 ‘고우당’ 주변엔 일본풍 카페와 음식점. 숙박시설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엔 일본식 가옥을 관광자원으로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지자체마다 일고 있다. 호남평야 쌀 반출 항으로서 번창한 군산시의 경우 일제강점기엔 일본인이 1만 명 가까이 살았다고 전한다. 군산시는 일본식 가옥을 역사체험 교육장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보존을 지원하고 있다.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로 발전하며 일본인 이주가 늘었던 포항시 구룡포항 일대의 경우 1933년엔 일본식 가옥이 200호에 달했고 현재는 90호 정도가 남아 있다. 포항시는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이 가옥들을 보수·복원하고, 일본거리와 함께 일본관련 상품 판매장 등 일본문화 체험장을 조성해 왔다.

6,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읍·면 소재지는 어디를 가나 읍·면사무소와 파출소, 우체국, 역사(驛舍) 등 전형적 일본식 건축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외벽은 하나같이 시커먼 나무판자를 겹겹이 포개 둘렀고, 지붕은 기와로 덮었으며, 창문의 틀은 직사각형이었다. 간혹 초등학교 졸업앨범에서 그 무렵 학교건물을 보거나, 도시 뒷골목이나 시골을 지나다가 이런 건물과 마주치면 과거의 아련한 추억에 젖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여행 왔을 때 자기 나라 식 건물과 집단거주지를 보면 어떤 감회에 젖을까?

해방직후 동구 방어동엔 1940년대 전후에 건립된 ‘적산가옥(敵産家屋)’ 40~50채가 남아있었으나 현재는 그 수가 10여 채로 줄었다. 동구청은 항구·도시 재생사업의 하나로 적산가옥 같은 ‘역사적 유·무형 자산’을 보존·활용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 비젠시 대표단이 3∼5일 2박3일간 동구를 둘러보는 것도 이 사업과 유관하다.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이 똑같이 부딪히는 논란거리가 있다. “일제 청산이냐” 아니면 “미래를 내다보는 관광콘텐츠 개발이냐” 하는 논쟁이다. 이러한 논쟁에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명쾌한 해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사업성과가 뚜렷하면 논쟁도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동구청에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이 잘 마무리되어 논쟁도 종식시키고 눈부신 성과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유준 울산동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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