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자 유가족에게 따스한 손길을
범죄피해자 유가족에게 따스한 손길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3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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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갑작스런 산업재해나 교통사고로 병원이나 현장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된다. 특히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나 사인을 조사하기 위해 고인과 주변인의 인적사항, 그리고 끔찍한 사건현장의 기억을 되살리는 질문을 경황이 없는 유족들에게 던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찰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일먼저 경찰에 사망사고 신고가 접수되면 지구대 인력과 형사, 과학수사팀이 검안의사를 대동하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이때 감식 활동과 함께 범죄관련 여부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검사의 지휘에 따라 사체를 부검하거나 유가족에게 인도하게 된다.

범죄 혐의점이 없으면 검사의 지휘를 받아 곧바로 장례가 진행된다. 하지만 그 반대로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장례 전에 부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 후 검시(檢屍) 지휘에 따라 일정시간 사건을 처리한 뒤 경찰에서 검시필증이 발부되면 유가족에게 건네주고, 유가족이 이 검시필증을 장례업자에게 제출하면 장례가 이루어진다.

앞서 말했듯이 신고를 받고 제일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사람은 지구대 인력과 형사, 과학수사팀으로, 이들은 신고자와 범죄피해자(=범죄로 숨진 사망자)의 유가족을 만나게 된다.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지인의 부축을 받아가며 힘겹게 조사에 임하는 유가족을 대하다 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사건 해결에 필수적인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고인의 유가족을 심리적으로 배려하지 못하고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어쩔 수 없이 유가족에게 사건현장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고인에 대한 생각을 다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또 하나 있다. 범죄피해자 유가족에게는 사망 신고, 재산 조회, 소유권 이전, 상속세 신고 등 처리해야 할 사후절차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유가족을 유기적으로 돕기 위한 법적·행정적 지원체계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황이 없는 유가족으로서는 심리적으로 더욱 혼란스럽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유가족에게 정신적 2차 피해가 조금이라도 돌아가지 않도록 경찰에서는 ‘유가족을 위한 행정절차 안내문’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 범죄피해자 유가족을 배려하기 위한 자그마한 조치인 셈이다. 이 안내문에는 사건처리 절차와 장례 절차 등 유가족에게 꼭 필요한 여러 가지 절차는 물론 접수·처리기관들도 안내하고 있다.

사망사고로 고인이 된 범죄피해자 유가족의 슬픔과 아픔은 그 무엇으로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다 해도 따뜻한 말 한마디, 공감어린 배려는 그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아물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후처리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찰과 유관기관의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방어진지구대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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