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 없이 목적지를 잘 찾아가려면
오차 없이 목적지를 잘 찾아가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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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硏) 울산본부 화학산업고도화센터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날은 2015년 6월이다. 학부 4학년으로 이때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학교 교수님이 화학硏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석사 과정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해보지 않겠느냐?”고 먼저 제안했다.

그 당시 나는 대학원이 어떤 생활인지, 정부출연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 제안을 들었을 때 “그래. 국가연구소에서 학위 과정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을 뿐, 정부출연연구소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6월 말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시 지금의 지도 박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원주 박사님은 나를 학생 입장으로 대해 주었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경험했다.

과거에 방송에서 가끔 보며 상상하던 정부출연연구소와는 상이한 모습이었다. 연구소의 모든 박사님은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왔다. 하지만 실제 박사님들은 실험과 관련 없는 다른 업무로도 매우 바쁘면서 동시에 실험도 진행했다.

그 기간 동안 지도 박사님이 실험과 함께 이론을 알려주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화학硏에서 학위 과정을 하면 학교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고, “열심히 노력해서 일반 연구생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 수업을 받으면서도 빨리 졸업하고 화학硏으로 학위 과정을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나고 지도 박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3월 입학하기 전에 겨울방학부터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학위 과정을 준비하자는 거였다.

2016년 1월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다시 연구소로 돌아왔고 학위 과정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다. 박사님은 “스파르타식으로 지도해 주겠다”고 겁주었다. 그 당시에는 “난 버틸 수 있어”라고 생각했고, 또 지금까지 버티면서 스스로 변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 자신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박사님이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원하는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방법이다.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이 방법을 익히는 데 정말 많이 혼나고 힘이 들었다. ‘나는 변하지 않는 놈인가?’ 자책도 많이 했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방법이라고 들으면 다들 “별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어릴 때부터 늘 해오던 사람이면 쉽게 하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이런 방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변하는 데 엄청 고생하게 된다. 지금까지도 완벽하게 숙달하지 못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겠다.

여름휴가나 해외여행을 가고자 할 때, 우리들은 놀러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면 그 여행지에 대해 이리저리 정보를 찾아본다. 여행지에는 어떻게 가는지, 여행지 주변에 숙소는 어디 있는지, 맛집은 어디어딘지, 다들 떠나기 전에 검색을 하고 완전히 숙지한 후 여행지로 떠난다.

이런 방법을 박사님은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험이나 일반적인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런 방법을 적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는데, 실제로 실험이나 업무가 주어지면 목적지까지 계획도 없이 무작정 앞으로만 가고 있는 것이다.

여태껏 나는 스스로 계획을 잘 세운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화학硏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은 명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 도착하겠다는 스케줄만 작성한 것이었다. 여행갈 때는 잘만 찾던 정보를 실험에서는 나의 목표에 관한 정보, 즉 ‘Reference 찾는 실천을 왜 못했는지’ 지금도 정말 의문이다. 데이터를 가져가면 박사님은 항상 남들이 해온 Reference를 물어본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어떤 정보를 찾아서 이해하고,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는지 일련의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약 2년간 화학硏에서의 경험을 통해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 즉 명확한 계획을 세워 원하는 목표를 얻는 길을 찾았다.

아직은 조금 서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로 하는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수광 울산대학교 대학원 첨단소재공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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