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家와 ‘지역주의’
위기의 삼성家와 ‘지역주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9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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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판만 벌어지면 나타나는 신종 지역 비하 발언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특히 옥중에 갇힌 박 前 대통령과 삼성家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악의적인 보복은 가혹하기까지 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삼성 창업주인 故 이병철 전 회장이 ‘호뽑뽑요’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등장한 것이다. 호뽑뽑요는 ‘호남사람은 뽑지 말며 뽑더라도 요직에 앉히지 말라’의 준말.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혁신의 ‘리더’라는 삼성의 입지가 최근 처한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 개혁 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커넥션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삼성으로서는 외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공(功)은 없고 과(過)만 부각시키고 대중에 호소하는 지역주의의 산물이란 역설논란도 있다.

호암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은 1938년 3월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그룹의 모체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이후 1951년 부산에 삼성물산을 차리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1953~1954년 제일제당과 제일모직을 설립해 제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사업영역을 크게 확대해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現 전국경제인연합회) 초대 회장에 선출됐다.

호암은 아산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함께 ‘한국 3대 기업가’로 불린다.

지난 금요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왔다. 뇌물공여 등 5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검의 창이 삼성의 방패를 뚫은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제주 또는 전라도 출신이라며 지역주의에 또다시 ‘군불’을 지폈다.

‘지역주의’란 같은 지방 출신자끼리 동아리를 지어 다른 지방 출신자들을 배척, 비난하는 사회병리현상을 지칭하는 말로 ‘지방색(地方色)’이라고도 한다. 전통사회에서의 지역주의는 정치적 갈등의 산물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갈등의 배경을 형성한 것 또한 지역주의였다. 역사적으로 지역주의는 자기정체성을 확인하는 방편으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각 지역마다 자연적·사회적 생활조건의 차이에 따라 독특한 생활양식을 형성하여 일종의 제노포비아(xenophobia)현상을 형성한 것이다.

예전에는 파벌이 남북 현상으로 나타난 반면 오늘날은 동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경상도와 전라도는 신라권과 백제권으로 말할 수 있고, 지역적으로 영남·호남으로 불리어 왔다. 두 지역 간 경쟁의식이 차차 악성 파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근현대 이후이다. 특정 정치인들이 지역주의를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활용함에 따라 한층 고조된 것이다. 특정 지역 출신 정치인에 대한 몰표 현상은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망국병’이라는 별칭도 가진다.

이러한 지역주의 및 지역감정은 오래 전부터 한국사회의 통합과 민주정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등록지역 표기를 없앤 전국 번호판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이 ‘소중한 사람’이고, ‘존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지역주의는 자연스레 해소(解消)될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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