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책방아!
반갑다 책방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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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제법 큰 서점 하나가 생겼다. 가로수 길을 쭉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의 복합문화 공간 속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뭔가 차분하면서 야릇한 느낌이 든다. 양쪽으로 서가가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이 마치 유명 컨벤션센터에 들어서는 기분 같다. 고급스런 테이블과 의자 대신 금방 세상에 나온 신간서적들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은은히 울리는 음악소리는 다름 아닌 오르골 돌아가는 소리다. 쇠막대바늘이 회전하며 닿는 소리가 이렇게 마음을 온화하게 해줄 줄은 미처 몰랐다. 동화 속 신데렐라가 저 먼 곳에서 꽃마차 타고 사뿐히 다가오는 듯하다.

안쪽 아늑한 곳에는 독서 테이블이 길게 자리 잡고 있어 도시남자들의 각테일 바를 연상케 한다. 마치 화려한 유럽의 궁전에 들어와 바이블을 꺼내들고 보는 신성한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미국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독립적인 문화를 이룬 유니크한 곳이 있다. 지적수준이 높은 도시답게 세계에서 제일 큰 서점 ‘파월’(Powell’s)이다. 도시 한 블록 전체를 차지하고 있고 150만 권이나 진열된 어마어마하게 큰 서점이다.

최근 이러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아졌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종이책을 읽는 독자들이 몇 년 전보다 많아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교보문고 조사를 보면, 지난 2012년 이후 평균 4%씩 줄어들었던 책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2% 증가세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종이책에는 디지털에서 볼 수 없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 손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뿐 아니라 책과 직접 조우해보는 느낌은 스마트 폰의 검색창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자 디지털에서 느끼는 피로감도 큰 원인이다.

얼마전만해도 웹(Web)의 발달과 전자책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종이책의 종말을 예언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이 세계적으로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출판문화의 미래는 상당히 밝을 전망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전미출판협회 조사에 의하면, 전자책 판매는 18.7% 줄고 오히려 종이책 판매는 7.5%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편승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독일 미디어기업 ‘베텔스만’(Bertelsmann)이 미국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의 지분을 75%까지 늘리며 출판사업에 크게 배팅했을 정도다.

미국 링컨 대통령이라 하면 노예해방, 게티즈버그의 명연설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아무래도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책을 읽고 있는 턱수염 난 링컨’의 모습일 것이다. 1864년 매슈 브래디(Mathew Brady)가 찍은 이 링컨의 ‘사진 한 장’은 길이 역사에 남는다. 의자에 앉아 막내아들 토머스에게 열심히 책을 읽어주고 있는 흑백사진 한 장.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책을 좋아한 대통령이기에 미국민 모두가 존경하는 인물이 되지 않았는가! 그는 남북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연설 가운데에서도 청중들에게 “여러분! 책을 한번 잡아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은 더욱 훌륭한 사람으로 살다가 죽을 겁니다!”라고 특별히 책읽기를 강조했다.

지금 정부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독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고위직에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이와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진’ 캠페인이야말로 엄청난 독서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제 조금 있으면 자연이 고이 맺어준 결실의 계절이 찾아온다. 마음의 반딧불 아래에서 당신이 읽고 싶어 하는 책 한 권 골라, 독서삼경에 빠져봄이 어떨까. ‘삶’의 여행이 바로 그곳에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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