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간과 실질임금
한국 노동시간과 실질임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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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처음으로 주5일근무제가 시행된 뒤 벌써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5일근무제를 조건으로 채용공고가 나가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채용공고 절반 이상이 주6일이나 토요격주근무, 교대근무 등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구직자들은 밥벌이를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디서 일하든, 어떤 직종이든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직장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과로의 덫’인 셈이다. 건설업이든 경비업이든 직종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주6일·토요격주 근무는 당연시된다. 같은 직종이라도 지방으로 갈수록 주6일·토요격주 근무 형태가 많다.

‘주5일근무제’는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 이상을 초과할 수 없어 1주일에 8시간씩 5일을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주40시간근무제’라고도 한다. 주5일근무제는 1주일에 5일 동안 일을 하고, 나머지 이틀은 쉬는 제도로서 미국과 프랑스는 1936년, 독일은 1967년, 일본은 1987년부터 주40시간근무제를 실시하였다.

한국은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기대효과는 여가·취미 시간의 증가로 인한 삶의 질 향상, 직장 중심 음주문화에서 가족 중심 여가문화로의 변화 및 건전한 소비 풍토 조성,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문제 해결 등이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긴 것으로 보도됐다. 기나긴 노동시간에도 한국인 취업자가 벌어들이는 연평균 구매력평가 기준 실질임금은 OECD 중하위권 수준에 불과했다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2016년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천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이를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한 셈이 된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 평균보다 1.7개월 가까이 더 일한 꼴이다.

한국 취업자의 작년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2천399달러로, OECD평균(4만2천786달러)의 75% 수준이었다. ‘구매력평가’는 환율과 물가상승률의 관계를 말해주는 개념이다. 연간 실질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작년 시간당 실질임금은 15.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 24.3달러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국가별로 보면 동아시아권에서 한국처럼 장시간 근로로 악명 높은 일본의 취업자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천713시간으로 한국보다 356시간 적었지만 연간 실질임금은 3만9천113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22.8달러로 각각 한국보다 6천714달러, 7.2달러 더 많았다. 한국 취업자는 일본보다 44일, 두 달 더 일하는 셈이지만 연간 실질임금은 일본의 82.8%, 시간당 실질임금은 3분의 2 수준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취업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천786시간,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6만154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33.70달러였다. 한국 취업자는 미국보다는 1.6개월 더 일하고,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53.9%, 시간당 실질임금은 46.4% 수준으로 받은 셈이다.

실질적인 주5일근무제 시행이 어려운 곳은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으며 88%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뿌리이므로 중소기업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넘어야할 산이 많다. 새 정부에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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