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의 법칙과 현대차 노조
성장률의 법칙과 현대차 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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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이란 경제학상의 개념이 있다.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이룩한 국민경제(투자·산출량·국민소득)의 증감분을 전년도와 비교해 산출해낸 비율을 말한다. 알다시피 경제성장률은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도약할 때는 높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후진국일 때 많던 성장요인들이 선진국으로 가까워질수록 적어지니 당연한 것 아닌가. 사실 성장률이란 게 거의 다 비슷하다. 초반엔 높다가 점점 낮아지기 마련이다. 키만 봐도 그렇다. 중·고등학교 때 하루가 다르게 크던 키는 스무살이 되면 거의 자라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최근 회사가 내걸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눈길을 끌고 있다. 회사가 과거 급성장할 때와 같은 고임금 요구시대는 지났다는 것. 중국 사드악재 등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경영위기와 관련해 회사가 노조에 할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위기와 무관하게 성장률의 일반적인 법칙만 짚어 봐도 회사의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는다.

현대차 조합원들은 1987년 노조설립 후 이듬해인 88년 20.9%, 89년 28.1%의 높은 임금인상률(기본급)을 누렸다. 90년 들어 10.8%로 10%대로 떨어졌지만 현재의 일반적인 노사협상에서 도출되는 임금인상률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인상률이다. 최근에는 많아야 5% 정도다. 그렇게 92년까지 계속됐던 현대차의 10%대 인상률은 97년 IMF를 계기로 한 자릿수로 떨어지지만 IMF가 끝나고 2002년이 되어 차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9%로 크게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이후 한 동안 계속된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으로 현대차는 당시 호황 속에서도 임금을 동결했던 현대중공업과 임금격차를 벌이게 됐다고 한다.

세간에 현대차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이미 “연봉 1억”이나 “귀족 노조”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현대차를 다니는 친구들만 봐도 평소 실감하고 있다. 회사의 이른 바 “고임금 요구시대는 지났다”는 논리에 설득력이 부여되는 까닭이다. 그런데도 높은 임금인상을 계속 요구한다면 현대차는 자꾸만 성장하는 거인증에 걸릴 수밖에 없다. 아시다시피 거인증은 병이다. 또 고액연봉으로 지역사회에 던질 인플레이션이나 위화감도 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때문에 지금 같은 위기에서는 노조가 다시 고액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제2의 성장모멘텀을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찾아야 할 때가 아닐까.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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