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비로소 꽃이 되었다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08.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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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방어동 ‘꽃리단길’
화암추 등대부터 외국인 특화거리까지
방어동 별칭 ‘꽃바위’ 접목 더 특별해져
탁 트인 바다·이국적 분위기로 입소문
▲ 화암추 등대 전경.

‘길(道)’은 이름을 먹고 산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길들이 있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이름을 불러주는 길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물론 최근 들어 행정구역상의 주소로 도로명이란 게 생겨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안타깝다. 예로부터 입으로 전해 내려왔던 정감 있는 길들이 행정구역으로 재편되면서 왠지 딱딱해진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름 있는 길들은 자꾸만 생겨나고 우리가 길에 이름을 붙여주면 그 길은 비로소 특별해진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장미꽃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장미꽃이 특별해진 것처럼.

공교롭게도 최근에 생겨난 울산의 길들 중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특별해지고 있는 명소가 하나 있다.

바로 동구 방어동의 ‘꽃리단길’이다.

◇ 꽃리단길

꽃리단길은 동구 방어동 화암추 등대부터 시작해 등대 데크를 지나 외국인 거리까지 총 2㎞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처음부터 이 길의 이름이 꽃리단길은 아니었다.

동구청이 2015년 말부터 추진한 남진길 특화거리 조성사업 중 이 곳을 외국인 특화거리로 조성하면서 처음에는 ‘외국인 특화거리’로 불렸던 것.

하지만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이 서울 이태원 명소인 ‘경리단길’에서 영감을 얻어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방어동의 별칭 ‘꽃바위(꽃 모양이 새겨진 바위)’에서 ‘꽃’을 따서 ‘꽃리단길’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경리단길은 전국적으로 길 이름을 짓는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이른바 대세다. 서울 망원동의 ‘망리단길’을 비롯해 전주 객사 주변의 ‘객리단길’,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 등. 하지만 이름으로 치면 울산 동구 꽃바위의 ‘꽃리단길’이 가장 예쁘지 않을까. 꽃인데.

 

▲ 꽃리단길 내 미니해수욕장.

◇ 풍경

그렇다고 꽃리단길은 이름이 전부는 아니다. 경리단길에서 파생된 다른 길들과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부분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화암추(꽃바위) 등대부터 시작되는 등대 데크는 바다와 접하고 있어 걷는 이들에게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그러니 우선 데크를 걸으면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모두 날려버리자.

등대에서부터 시작된 데크가 끝날 때쯤엔 드디어 외국인 특화거리가 열린다. 바다도 계속 이어지니 아쉬워할 건 없다. ‘꽃바위 외국인 특화거리’라는 표지판을 지나면 각종 음식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중구 성남동이나 남구 삼산동 같은 지역 내 다른 번화가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이곳에선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

비록 양념 수준이지만 와 본 사람은 다 안다. 보통 3명 건너 1명씩 만나게 되는 외국인들의 모습과 거리 곳곳에 들어선 외국인바, 또 이국적인 음식점들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장 좋은 건 역시 바다다. 걷다 보면 작은 규모의 미니 해수욕장도 만날 수 있는데 작지만 구청에서 정비를 잘 해서 인접한 일산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을 이곳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또 상당수의 음식점들이 바다와 접해 있어 데이트하기에는 그만이다.

이 동네가 좀 그렇다. 골목 끝에 바다가 보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다를 보며 음식을 먹는 당신, 바로 대한민국 1%다.

 

▲ 화암추 등대에서 외국인특화거리까지 이어진 등대 데크.

◇ 먹거리

우선 바닷가 동네인 만큼 횟집은 기본 베이스로 깔린다. 바다를 보면서 단 둘이서 회를 즐길 수 있는 방갈로 횟집을 비롯해 분위기따라 맛따라 고르면 된다.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 횟집만 있으면 섭하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이곳엔 외국인들도 그 맛에 “엄지척”을 외치는 수제버거집을 비롯해 맥시코와 인도 음식점, 유명한 맛집으로 이태리 음식점까지 들어차 있다. 다소 느끼한 외국음식이 싫다면 삼겹살이나 소고기, 막창, 쌈밥, 보리밥 등도 먹을 수 있다.

물론 바다풍경을 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많거니와 가볍게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호프집도 즐비해있다. 화암추 등대는 ‘외롭지 않은 등대’로 불린다. 요즘 들어서는 곁에 꽃리단길이 생겨 더욱 그런 거 같다.

▲ 이국적 상점들이 즐비한 꽃리단길 모습.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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