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살충제 부른 밀집사육, 언제까지
AI·살충제 부른 밀집사육, 언제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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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장(養鷄場)’이란 말 대신 ‘닭공장’이란 말이 요즘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모양이다. 이는 양계농장 대부분이 선호하는 ‘공장식(공장형) 밀집사육’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한겨레신문은 ‘밀집사육의 경고’란 제하의 16일자 기사에서 경기 남양주의 공장식 양계농장 소식을 전하면서 “국내에 유통되는 닭고기와 달걀의 99%는 이 농장처럼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생산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로·세로 50㎝ 크기의 철창 케이지 안에 닭 5~6마리가 함께 산다. 닭 한 마리가 A4 용지 한 장의 3분의 2 넓이에서 살아가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다른 언론매체들도 같은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사육환경이 이 지경이다 보니 때만 되면 나타나는 골칫거리가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살충제 계란 출현’이 그것이다. 특히 ‘살충제 계란 파동’은 ‘공장식 밀집사육’을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는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길러지는 닭들은 스스로 진드기를 떨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탓이다. 생명력이 질긴 닭 진드기들은 닭들의 ‘흙 목욕’이나 살충제 사용으로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철제 우리에 가두어 키우는 닭들에게 ‘흙 목욕’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양계농장들은 차선책으로 ‘비페트린’ 같은 살충제를 찾지만 이것도 내성(耐性)이 강해지면 ‘약도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장식 양계농장 업주들은 닭똥이 쉽게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철제 우리 아래에 일부러 구멍을 내고, 오물이 그득해진 계사(鷄舍) 바닥은 진드기 서식에 더없이 유리한 여건이 되고 만다. 이는 업주들을 살충제 사용의 유혹에 빠져들게 한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닭 사육 건물 전체를 비워 방역·세척을 하고 며칠간 비워두면 진드기가 자연스레 제거되지만 농가에선 닭고기나 달걀을 쉬지 않고 생산하려고 일부만 비운 채 방역을 하고, 그러다 보니 제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닭 사육 방식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걸림돌이 적지 않다. 양계농장들이 내세우는 경제논리부터가 그렇다. 한겨레신문은 “공장식 축산은 AI 등 닭 관련 파동이 일 때마다 주범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농가에선 최소 비용으로 대량 생산을 해야 한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밀집사육 방식을 고수해왔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장식 밀집사육 방식에만 매달리는 한 축산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국회 농해수위 김한정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지역신문 인터뷰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는 ‘공장형 밀집사육’을 전면 금지하고, 부처합동 상설조직을 구성해 정기적 모니터링과 전수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도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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