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장소브랜딩 ‘경상좌도병영성’
울산의 장소브랜딩 ‘경상좌도병영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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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에 참석, 울산 중구 서동에 위치해 있는 경상좌도병영성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다녔던 곳에 이렇게 유서 깊고 의미가 큰 축성물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나는 여성으로서, 군대에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안보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군(軍)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울산에, 이런 군사 유적지가 있었음을 제대로 몰랐다는 것이 스스로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작업현장을 확인하고 다녀오는 길에, 잠시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병영성을 찾았다. 건설업에 근무하는 내가, 역사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경상좌도병영성은 조선의 3대왕 태종 17년인 1417년에 쌓은 성이다. 해발 45m 이하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쌓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읍성으로, 경상좌도 병마도절제사영의 주둔지였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병영성의 모습은 타원의 형태이고, 성의 크기는 둘레 약 1.2㎞, 높이 약 3.7m 정도 된다. 조선시대에 왜구의 노략질이 많았던 탓에, 전라도에는 병영성(강진) 1곳이 있었지만, 경상도에는 우리 울산과 진주 2곳에 병영성이 있었다. 지금으로 본다면, 울산병영성은 군사령부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데, 병영성의 수장은 육군에서 최고의 계급인 대장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보아도, 경상좌도병영성의 임무와 역할이 실로 중요하고 막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병영성 위치가 정해진 것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 최초에는 경상좌도병마절도사영의 위치를 기박산성 자리로 옮기기 위해 그 둘레에 붉은 기를 꽂아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동해 쪽에서 일진의 광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기(旗) 하나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갔는데, 그 방향을 따라가 보니 현재의 병영성 자리였다는 것이다. 당시, 지금의 병영성 자리에 깃발이 꽂힌 현상을 보고, ‘이것은 하늘이 점지해 준 땅이다’라고 생각하여 신을 모신 ‘둑당’이라는 제당을 지었다고 한다.

병영성이 군사유적지로서 특징을 지닌 것 중 하나가 바로 치성인데, 치성은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해서 돌출되게 만든 성벽이다. 병영성의 경우에는 치성을 거의 100m마다 하나씩 설치했는데, 이는 당시 조선의 주력 화기였던 화살의 유효사거리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에는,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왜군이 정유재란 당시, 병영성의 돌을 가져다가 울산 중구 학성동에 위치해 있는 울산왜성을 쌓았다는 내용도 확인되었다. 왜성의 동문지를 발굴하다 보니, 병마절도사의 선정비를 왜군들이 가져가서 성을 쌓는 데 활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내력을 지닌 경상좌도병영성은, 일제강점기인 1907년 무렵 병사가 더 이상 주둔하지 않으면서 방치되고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후, 다행스럽게도 1990년대부터 복원작업이 시작되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성에만 의존하는 방어 전략은 외부와의 단절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성을 쌓는 자는 필망(必亡)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울산병영성은 단절의 의미와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고 생각한다. 당시 병영성은 조선의 외부 침입을 방어하는 임무도 수행했고,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치안과 맹수 출현 문제도 해결해주는 역할까지 다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군부대의 임무뿐만 아니라, 경찰과 소방 업무까지 하면서 국민들과 소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정한 장소의 매력을 이끌어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장소 마케팅’이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 기업 유치나 대형 건축물을 짓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소 마케팅보다 더 발전된 개념인 ‘장소 브랜딩(Place-Branding)’은 장소에 대한 정서적, 심리적 연상을 유도해 문화적, 상징적인 측면을 주로 강조한다. 장소 마케팅이 물리적 개발이나 축제 중심의 비일상적 이벤트를 중시한다면, 장소 브랜딩은 지역사회 및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일정한 장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창출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울산병영성도 장소 브랜딩을 적용해 울산의 대표 관광지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경상좌도병영성 축성 6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를 위해, 우리 지역에서도 ‘뚝방길 마라톤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산업수도 울산에, 병영성과 같은 안보유적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지금처럼, 우리 병영성을 활용한 각계각층의 역사탐방이 더욱 활성화되고, 또한 우리 울산병영성을 소재로 한 영화가 크랭크 인 되어 그 명성이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김정숙 배광건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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