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등잔 밑…이번엔 ‘살충제달걀’
어두운 등잔 밑…이번엔 ‘살충제달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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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로 ‘수입달걀 시대’를 자초했던 국내 산란계 농장 일각에서 이번엔 ‘살충제달걀 사태’를 일으켜 국민들을 집단우울증에 빠뜨리고 있다. 최근의 ‘살충제달걀 사태’는 멀리 떨어진 경기도 광주와 남양주에서 일어났으니 울산에선 안심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유사한 사태가 우리 울산이나 가까운 양산의 산란계 농장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살충제달걀 사태’를 먼저 일으킨 곳은 유럽연합(EU)이었다. 네덜란드의 산란계 농장주 몇몇이 주범이었고, 그 여파는 우리나라까지 덮친 바 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소동이 일어났으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판 살충제달걀 사태’는 곧 외신을 탈 것이고 나라 망신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가 민·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15일 0시부터 모든 산란계 농장의 달걀 출하를 중지시키고 살충제 전수 검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와 지자체는 생산단계 검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단계 검사와 관리, 생산자단체·유통업체는 자체검사와 홍보를 추진키로 역할을 나누었다. TF는 특히 전수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2주 간격으로 추가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전수검사 대상은 알 낳는 닭을 3천 마리 이상 기르는 농장(1천300곳)은 물론 3천 마리 미만을 기르는 농장(130곳)도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가려내야 할 일이 있다. 살충제인 ‘피프로닐’과 닭진드기 퇴치제인 ‘비펜트린’이 어떤 이유로 허용기준치를 넘긴 채 달걀에서 검출됐나 하는 것이다. 식약처는 몇 가지 가능성에 주목한다. △첫째, 산란계 농가가 살충제를 케이지(철재 우리)에 뿌리는 과정에서 살충제가 닭의 몸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 △둘째, 케이지에 계란을 둔 채 살충제를 사용하는 바람에 살충제 성분이 계란 속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 등이다. 케이지에 살충제를 뿌릴 때는 닭과 계란을 빼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농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산란용 양계 농장 거의 대부분이 ‘밀집사육’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밀집사육은 경제적 문제와도 무관치 않겠지만 ‘AI 퇴치’나 ‘살충제달걀 사태 예방’ 차원에서 정부적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나 지자체, 양계 농가들은 ‘살충제달걀 사태’를 교훈삼아 소비자인 국민들의 신뢰와 나라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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