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연합뉴스가 이러한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는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일제 잔재]라는 큰 주제 아래 13일 두 종류의 기획기사를 동시에 제공한 것이다. 첫째 기사에는 <”서울 지명 35%가 일본식”…여전한 창지개명(創地改名) 상처들>이란 제목이, 둘째 기사에는 <가오와 곤조로 버텨왔건만…간지 안 나는 인생>이란 제목이 달렸다. 둘째 기사는 우리말 속에 남아있는 일본말의 잔재를 끄집어냈다. 한국땅이름학회는 조선의 국권을 강제로 침탈한 일본제국이 국토의 고유 명칭을 일본식으로 바꾼 이른바 ‘창지개명’을 시작한 시기를 1910년으로 보았다.
‘지명 35%가 일본식’이란 사실은 과연 서울에만 적용되는 표현일까? 본지는, 정도 차이는 있다 해도, 우리 울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池內里)의 경우 마을사람들은 ‘못안 마을’이라고 부른다. 촌로들은 ‘못안[池內]’이란 순우리말이 일제강점기에 ‘지내(池內)’로 바뀐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러한 창지개명(創地改名) 사례는 다른 마을이름, 땅이름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대학교 등의 조사결과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도 버젓이 쓰이고 있는 일본말 찌꺼기도 문제다. 연합뉴스 기사는 ‘일상 속에 무심코 내뱉는 일본식 말’을 우리 젊은이들의 문장 속에서 무수히 찾아냈다. ‘구라, 뽀록, 기라성, 야지, 반카이(만회), 몸뻬(일본식 바지), 소보로빵(곰보빵), 비까비까한(번쩍번쩍한), 기스(흠), 쇼부(결판), 신삥(신품), 쇼바(완충기), 구라(거짓말), 뽀록(들통), 쓰레빠(실내화), 겐세이(견제)…등등 이루 다 옮기기가 벅찰 정도였다.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명예회장은 “지금이라도 일본이 제멋대로 명칭을 붙인 지역의 제 이름을 하루빨리 되찾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곳곳에 스며든 일본식 잔재를 청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광복 72돌을 맞아 귀담아듣고 싶은 얘기들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의 대학과 행정기관에서도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