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왼손잡이의 날’
‘세계 왼손잡이의 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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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International Left-Hander’s Day’가 있는 줄은 며칠 전 TV를 보고서야 알았다. 우리말로 치면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다. 매년 8월 13일이 바로 그날인데, ‘지구촌 왼손잡이들의 인권선언일’이라 해도 무리는 없지 싶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권익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정해진 날이니까….

한데 그 유래가 재미있다. 1976년에 제정된 이 날짜가 ‘국제왼손잡이협회’를 창립한 ‘딘 캠벨(Dean R. Kambell)’이란 양반의 생일에서 따왔다니 안 그런가? 이 양반은 ‘왼손잡이용 신문’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40, 50 넘은 분들의 ‘왼손잡이’에 대한 추억은 어릴 적 어른들과 같이하던 밥상머리에서 시작됐음직하다. 수저를 왼손으로 잡기라도 하는 날엔 심한 타박을 각오해야만 했을 것이다. 재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왼손잡이에 대한 필자의 첫 추억은 19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오른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출입을 계기로 알게 된 A씨(당시 H관광호텔 한식당 지배인)는 자신이 왼손잡이였고 그 때문에 왼손잡이의 권익 신장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는 짬 날 때마다 전화 부스를 찾는다고 했다. 철사가 달린 담배재떨이용 빈 깡통을 부스 안에 매달아놓기 위해서였다. 깡통 거죽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호소하는 표어도 따로 적어두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A씨가 재떨이용 깡통을 전화 부스 안에 몇 개나 달았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는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다만 깡통(통조림)따개를 비롯해 우리 생활주변에 수북하게 널려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 과연 왼손잡이들을 얼마만큼 배려하고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하면 그저 서글플 따름이라던 그의 하소연만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두 번째 추억 역시 비슷한 시기의 것이었다. 해운대구 반여동 ‘대우실업’에 방글라데시 출신 산업연수생 60명이 6개월 과정의 기숙사생활에 들어갔다. 산업연수 기간이 끝날 무렵에 만난 대우실업 관계자의 전언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그 중의 하나가 이슬람 신도인 그들의 왼손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즉 ‘왼손은 배변을 돕는 부정한 손’이라는 고정관념과 버리기 힘든 생활습관이었다. 물론 전해들은 얘기였지만, 그들은 음식을 왼손으로 먹는 법이 없었고, 절반 이상은 기숙사 생활기간 중에 현대식(수세식) 변기를 이용하는 대신 양동이물과 왼손으로만 뒤처리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김용운의 <왼손잡이 이야기>에는 “지금도 인도, 네팔, 일부 중동 국가에서는 오른손은 밥 먹는 손, 왼손은 배변을 돕는 손이다. 이곳을 여행할 때는 왼손으로 음식을 만지거나 건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서술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에 왼손잡이는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는 드물지만 편견이 적은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는 왼손잡이가 인구의 12~15% 정도 되고, 왼손에 대한 금기가 심한 아랍 문화권에서는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2003년도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한국갤럽은 “우리나라 국민 중 3.9%가 왼손잡이로 여자(3.6%)보다 남자(4.3%) 비율이 약간 더 높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갤럽은 “만20세 이상 국민 중 왼손잡이는 3.9%, 양손잡이는 7.8%, 오른손잡이는 88.3%였다”면서 ‘양손잡이도 실제로는 왼손잡이’라는 전제하에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인구를 약 11.7%(3.9%+7.8%)로 추산했다.

이유야 어떻든 ‘오른쪽 뇌가 발달한’ 왼손잡이들 중엔 저명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도 그렇고 유명한 과학자, 예술가, 스포츠 선수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니 기 죽을 것도 없다. 그러나 아직도 현실은 왼손잡이들에게 따뜻하지만은 않다. 2003년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이른바 ‘왼손잡이 지원법’을 발의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제2의 왼손잡이 지원법’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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