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교육 지양, 현장중심 교육으로 가야”
“불필요한 교육 지양, 현장중심 교육으로 가야”
  • 김정주 기자
  • 승인 2017.08.08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이름 이현복 울산에너지고등학교 교장
전교생 360명 사진액자 걸어놓고 숙지
2010년 11월 ‘에너지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이후 올해로 세 번째 졸업생을 내보낸 울산에너지고등학교(북구 화봉2길 28). 이 학교를 찾은 때는 폭염의 심술이 여전하던 8월 4일 오전.

약속시간에 맞춰 들른 교장실은 그때까지 에어컨을 틀지 않은 탓인지 후텁지근한 기운으로 말손님을 맞는다. 부드럽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이현복 교장(61)이 먼저 안내한 곳은 교장실 입구 벽면을 장식한 전체학생 360여 명의 얼굴사진 액자 셋. 학년별로 하나씩이다. 사이사이 붙여둔 3색 스티커가 시선을 빨아들인다.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다.

“이 액자 사진 속의 색깔, 무슨 의미인가요?” “아, 스티커 말이죠? 붉은색은 취업이 확정된 학생, 푸른색은 간부학생, 노란색은 특수반 학생입니다.” 후반기에 접어들면 ‘취업 확정’을 알리는 붉은색 스티커가 차츰 더 늘어날 것이다. 이 교장은 학생들을 그런 식으로 머릿속에 입력해 두려 애쓰는 것 같았다. 여학생들의 모습도 적잖이 시야에 잡힌다. “우리 학교 여학생, 100명은 넘고 한 3분의 1쯤 될 겁니다.”

교장실을 찾기 전 먼저 둘러본 곳은 이 학교의 강의동. 여름방학이 보름은 더 남은 시점인데도 강의동 일부는 부산한 느낌이었다. 소리가 나는 곳은 신재생에너지과 2학년 2반 교실과 합창연습실 단 두 곳. 하지만 교실을 가득 채운 학구열과 열정은 학교 마당까지 점령한 불볕더위를 숨죽이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발전(發電)계통 기업체의 공채를 겨냥한 취업준비반 남녀 학생 16명. 어느 누구도 ‘전기’ 강의에 몰두한 선생님의 입에서 시선을 떼는 학생은 없었다.

2학기 개학 날짜는 8월 21일. 그래도 취업준비반 학생들은 7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먼저 기숙사에 머무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방과후교육과 자격증 준비에 매달리기 위해서다.



“인성 바르고 창의·도전정신 갖춘 학생”



울산에너지고는 남녀 학생을 전국단위로 모집한다. 정원이 60명씩인 전공과는 ‘전기에너지과’와 ‘신재생에너지과’ 둘뿐. 하지만 학생은 멀리 경기도 의왕시에서도 오고 가까이 부산시나 대구시에서도 온다. 그래서 기숙사는 필수다.

기숙사 내부를 보고 싶었다. 기숙사 방문에는 교감과 교무부장도 동행했다.

기숙사 이름은 ‘해찬솔’. ‘햇빛을 받아 더욱 푸르른 소나무’란 뜻을 지녔다. 1층 사감실을 지나면 2층 이쪽저쪽의 게스트룸 2개가 바깥 방문객을 맞는다고 했다. 남녀 학생들을 어떻게 분리시키는지도 궁금했다. “여학생 숫자는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요. 그때그때 복도에 이동식 칸막이를 쳐서 조절하거나 방화벽을 활용하기도 하고….”

4인 1실로 3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7층짜리 기숙사. 대학 1학년 때의 기숙사를 쏙 빼닮은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고, 책상이 없는 게 특이했다. “학교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주려는 배려라 할까요? 그러나 잠자리에 들어서도 책을 놓지 않는 게 우리 아이들이랍니다.” 하나같이 공부벌레들이란 얘기였다.

에너지고의 교훈은 ‘창의’와 ‘도전’, 교육목표는 ‘인성이 바르고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영(young) 마이스터 양성’이다. 그리고 슬로건은 ‘학생의 미래를 무엇보다 먼저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교훈과 교육목표를 실현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90% 웃도는 취업률…마이스터고 중 1위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는 산업수요 맞춤형 기술인재 즉 ‘맞춤형 기술명장’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이 큰 틀에 맞춰 전기·전자·기계·화공을 같이 가르치는 융합적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인문교과도 실용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현복 교장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그 역시 대학 전공이 이공계(충남대 건축교육공학과 졸업)인데다 까다로운 에너지고 교장 공모 과정을 두 번이나 겪었기에 생긴 자신감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결과는 높은 취업률로 이어졌다. 울산제일일보의 올해 4월 16일자 기사는 울산에너지고의 취업률이 91.6%를 기록해 울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5월 1일자 기사는 2월에 졸업한 울산에너지고 출신 19명이 삼성전자(주)에 무더기로 취업해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큰 활자체로 전했다.

기분 좋은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 2월의 예상 취업률도 ‘대박’을 예고한다. “올해 취업대상 학생이 116명인데 3학년 1학기 중에 40명의 취업이 이미 확정된 상태입니다. 한수원, 포스코, 동서발전, 한국전력 등 공기업·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중소기업에서도 잇따라 희소식이 전해질 겁니다.”

그러나 올해만큼은 90%가 넘는 높은 취업률을 미리 장담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세계적 불경기와 유례없는 청년실업의 절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교장은 희망을 버리는 일이 없다.

유력기업, 유망기업 안 가리고 학생 취업을 위해 최근까지 맺은 업무협약(MOU)만 해도 70건이 넘는다. 이러한 노력은 비옥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란 믿음은 오로지 이 교장의 몫이다. 2,3년에 1번꼴로 채용의 빗장을 여는 기업도 있지만 MOU의 끈은 (‘개도 무는 개를 돌아본다’는 속담 속의) ‘무는 개’ 역할을 할 것으로 그는 믿는다.

화음으로 단합 이루는 ‘합창부’에 심혈



이 교장은 아무리 ‘학생 취업’이 먼저라 해도 ‘인성 교육’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 ‘1인 1동아리 활동’을 권장하는 것도, 70명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합창부를 만든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매년 하반기에는 학예발표회를 갖는다. 애쓴 결과는 에너지고가 2014년과 2015년, ‘청소년 단체활동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보람으로도 돌아왔다.

특히 합창부는 이 교장의 교육철학이 투영된 거울이나 다름없다. 다른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김승환 선생을 5년 전 스카우트해서 합창부 지휘봉을 들게 했다. 합창 지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합창부가 좋은 것은 기본 장비가 없어도 화음 하나로 단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모래알 같았던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의 참된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합창부 창단 덕분이었다. 이 교장의 화살이 정확하게 과녁을 맞춘 셈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연습시간. 학교 측의 배려로 합창부 학생들은 누구보다 먼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특전(?)을 부여받았다. 점심시간은 합창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저런 노력으로 2015년과 2017년 울산지역 합창 경연에서 두 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했고, 덤으로 KBS 울산홀 초청공연의 기회를 누리기도 했다.

국제적 안목을 길러주는 ‘글로벌 교육’ 역시 에너지고의 지대한 관심사다. 개교 100년이 넘은 일본 구마모토 카이신(開新) 실업고와의 자매결연도 그런 관심의 산물이다. 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2015년을 제외하곤 그동안 7차례나 교류 활동을 가졌다. 올해 10월 말쯤에는 학생 15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친선교류 팀이 카이신 고교를 답방할 예정이다.



“전원 기숙사생활…행복교육에 전념”



이현복 교장은 에너지고와 인연이 남다르다. 1997년부터 9년간은 이 학교의 전신인 울산화봉공고의 산업디자인과와 실내디자인과에서, 2006년부터 2년간은 교명이 바뀐 울산컴퓨터과학고의 산업디자인과에서 근무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공모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4년간 울산에너지고 초대 교장을 지낸 데 이어 재공모를 거쳐 2016년 3월부터 지금까지 울산에너지고 2대 교장을 역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햇수로 15년이던가요? 인연이 질기지만 그만큼 더 애착이 가고, 잘해낼 자신감도 넘쳐나는 기분입니다.”

교장 부임 초기에는 일부 학부모와의 갈등도 적잖았다. 마이스터고를 대학입시의 유리한 발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그런 학부모들을 이내심 있게 설득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전체의 40-50%)에 들면 괜찮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고, 괜찮은 기업일수록 취업 후 대학 진학을 보장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른바 ‘선(先) 취업 후(後) 진학’ 작전이다. “그 덕분인지 요즘 학부모들 중에는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 없을 겁니다.”

인터뷰 말미에는 그의 교육철학을 훔쳐듣고 싶었다. 에너지고 학생 교육에 대한 답변부터 돌아왔다. “우리 학교의 교육은 행복교육이 돼야 합니다.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우리 아이들의 가정이 바로 여기이니까요. 또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가정적인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도록 부모 역할도 같이 해야 하고….”

일반론에 대한 답변도 돌아왔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하루 15시간 이상 필요하지도 않은 교육 받게 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우리 교육은 특성화고등학교처럼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교사 연수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강조했다. “우리 선생님들만 해도 적어도 1개월에서 3개월까지의 전문교과 연수가 필요하지만 다들 너무 바빠서 한계가 있습니다. 정책적인 배려가 반드시 있었으면 합니다. 선생님이 우수해야 학생들도 우수해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현복 교장.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 태생이다. 해병 320기 출신. 1982년 3월 경남 의령종고에서 첫발을 디딘 교육계에서 지금까지 35년간 봉직하고 있다. 마산이 고향인 김귀숙(58)여사와의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자칭 두주불사(斗酒不辭)형 애주가다.

글=김정주 논설실장·사진=정동석 기자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