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삼호대숲 백로, 7월 조사보고서
남구 삼호대숲 백로, 7월 조사보고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08.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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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은 삼호대숲에서 백로류(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7종, 이하 ‘백로’)의 개체수가 연중 가장 많이 계수되는 달이다. 올해도 태화강 중류 삼호대숲에서는 번식 개체와 비번식 개체, 올해 부화한 새끼 개체까지 합쳐 최대 7천여 마리가 서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7월은 백로 어미새에게 가장 바쁜 달이기도 하다. 독립을 앞둔 새끼가 왕성한 식욕을 보이면 먹이터와 둥우리 사이를 하루에도 수없이 날아다녀야 하는 탓이다.

매년 삼호대숲을 찾는 백로는 대부분 울산이 고향이다. 삼호대숲에서 부화되고 자랐고 날았기 때문이다. 어미새가 울산에서 짝을 찾고 살림을 차리는 이유는 사람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백로의 신혼살림도 고방(庫房, 곳간)이 넉넉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의 옛 고방이 남창(南倉)과 서창(西倉)이라면 백로의 고방은 태화강, 동천, 척과천, 외황강, 회야강 등 주로 강이다. 강은 백로들에게 풍부한 먹잇감이 저장된 창고인 셈이다. 건강한 강에는 붕어, 미꾸라지, 송사리 등 물고기와 잠자리 유충, 강도래 등 수서곤충이 뒤섞여 산다. 백로들로서는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한 뷔페(buffet)와도 같은 곳이다. 건강한 논, 강, 개천 등 습지생태환경이 잘 보전되는 한 울산이 고향인 백로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일로에 놓일 것이다.

울산에서 약 6개월 서식한 백로는 매년 8월 중순부터 개체수가 서서히 감소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대만,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따뜻한 동남아시아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철새의 대부분은 추위에 약해 남쪽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올해 삼호대숲에서 최대 개체가 확인된 날은 7월 18일로 6천782마리가 조사됐다. 2016년 7월 14일의 6천267마리보다 500마리가 넘게 증가했다.(최초 이소부터 1시간 내 계수)

7월의 삼호대숲은 시끄럽고 부산하다. 어미를 찾는 새끼의 울음소리, 새끼를 부르는 어미의 울음소리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진다. 새끼가 어미새가 나타나면 소리를 지르고 날갯짓을 하고 어미의 부리를 쪼며 보채는 것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다. 어미는 보채는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토해내 먹여준다. 자주 먹어도 새끼는 항상 어미새를 보챈다. 새끼의 이 같은 먹이구걸 행동은 한마디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게 어미로부터 독립하기 전에 몸집과 체력을 키우려는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우는 애기 젖 준다’는 속담을 연상시킨다. 반면 하루에 수도 없이 먹이를 건네주어야 하는 어미새는 갈수록 야위어 갈 수밖에 없다. 번식기를 맞아 눈 주위의 짙은 색조화장이 옅어지고, 우아한 장식깃이 빠지고, 백설 같던 하얀 날개도 빛이 바래 볼품없는 몰골이 된다. 농부는 ‘자기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고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보기 좋아한다. 미물인 백로 어미도 자식사랑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울산의 7월은 평균 최고기온 31.3℃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었다. 올해 백로들은 남쪽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여느 해 여름과는 다른 의미 있는 행사를 지켜봤다. 백로와 직접 관련된 ‘삼호동 철새마을 그린 빌리지 조성 준공식’과 ‘에너지도시 선포식’이었다. 백로들이 지켜본 행사 중에는 ‘2017 태화강 백로 생태학교 개막식’도 있었다.

7월의 삼호대숲에서 관찰된 조류는 지빠귀, 개개비, 뻐꾸기, 파랑새, 때가치 등 25종 538마리(백로류 7종 제외)였다고 강당대숲은 27종 1천343마리였다. 한 달 동안 까치와 큰부리까마귀는 119마리와 33마리, 직박구리는 49마리로 계수됐다. 반면 작년에 쉽게 관찰되지 않았던 제비는 61마리나 계수되어 울산 도심의 공기 질이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당대숲 앞에는 여울이 있고, 가까이에 산이 있어 소쩍새, 청딱따구리, 꾀꼬리, 꿩도 관찰됐다. ‘홀딱 벗고 새’로 알려진 ‘검은등뻐꾹이’도 관찰됐다.

7월의 조사일수는 24일이었다. 열여덟 번은 삼호대숲을, 여섯 번은 강당대숲을 조사했다. 비가 내린 날은 19일이었고 그중 5일은 측우가 안 될 정도로 강우량이 적었다. 총강우량은 104.6mm였고, 맑은 날은 5일이었다. 최저기온 평균은 23.6℃, 최고기온 평균은 31.3℃였다.

아침에 먹이터로 날아간 시각은 평균 해뜨기 47분 전이었다.(기상에 따른 행동변화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평균값이다.). 강당대숲의 경우 삼호대숲보다 다소 늦은 해뜨기 31분 전으로 조사됐다. 같은 종이 같은 대숲에서 서식하는데도 이소 시각에 차이가 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삼호대숲은 동쪽과 서쪽, 북쪽 등 세 방향이 개방된 탓에 조도가 높은 반면 강당대숲은 해 뜨는 동쪽이 아파트 단지로 막혀있어 같은 시각, 같은 방향에서도 조도가 낮기 때문이다. 밝고 어두운 자연적 여건 속에서 사람과 조류가 똑같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울산 남구 삼호대숲에 서식하는 백로의 일상은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지극히 단조로움의 반복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 대숲에서는 칼슘 성분을 다량 함유한 산성의 백로 배설물을 분해해서 거름으로 만드는 미생물의 수많은 작용과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남구청 행복기획단이 중심이 된 삼호대숲 백로 조사자료의 축적은 ‘울산중심 행복남구’를 위해 24시간 켜져 있는 많은 등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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